기술유출 사건이 빈발하고 있지만 기소로 이어지는 비율은 떨어지고 있다면 이를 어떻게 볼 것인가. 검찰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술유출로 적발된 인원은 391명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35.8%가 늘었지만 기소된 인원은 오히려 감소해 지난해 절반 수준의 기소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법원과 검찰이 사법처리에 소극적이면 기업의 기술개발 의지를 꺾을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지만,한편으로는 기술유출 사건에 대해 무작정 기소하거나 사법처리 수위를 높이는 것이 능사인지도 생각해 볼 때다.

검찰은 적발된 인원의 증가에 대해 기업들이 기술유출 문제에 민감해지면서 사소한 사건도 일단 고소,고발부터 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도면, 컴퓨터 디스크 등 명백한 물건을 빼왔다면 모르겠지만 단순히 전직 직원을 영입해 그들의 머릿속 지식이나 노하우를 이용한다면 사법처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고충을 털어놓는다. 이는 기술유출 수사의 한계를 말하는 것이지만 이것만이 기소율을 낮게 한 요인은 아닐 것이다.

그것보다는 기술유출사건을 오랫동안 전담해왔던 한 변호사의 분석이 더 눈길을 끈다. 법무법인 지평 · 지성의 김범희 변호사는 기술유출이 한창 이슈화된 2000년대 초에는 검찰이 적극 수사도 하고 법원도 유죄판결을 많이 냈지만 최근 들어 이공계 기술자들의 이직에 대한 자유 등 인권문제가 불거지면서 법원과 검찰이 처벌에 신중해진 탓일 수 있다고 해석한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기술유출 사건으로 기소됐던 사람들이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일이 적잖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얘기다.

물론 기술유출은 명백한 범죄이고 상응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에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문제는 포상금, 사법적 처리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위험수당을 높여 기술유출 유혹을 더 키울 수도 있고, 우리 사회의 이공계 기피현상을 더욱 심화시킬 수도 있다. 때문에 기업들은 철저한 기술관리를 우선해야 하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사람 관리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그동안 기술유출 사건이 터지기만 하면 당국이 나서 실제로 유출됐을시 해당기업에 천문학적 손실이 예상됐다고 말해 왔다. 그때마다 그렇게 중요한 기술이면 해당 기술자에 대한 보상 등에 예상되는 손실의 몇%를 썼는지 묻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기술자에 대한 보상책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