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27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국내 의견 수렴 절차에 들어가면서 장기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의회비준 문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절차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한.미FTA와 관련한 첫 공식 행동이라는 점에서 부정적 측면보다 긍정적인 효과에 무게를 싣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에서 조기 비준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도 있지만 자동차업계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부정적 의견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준을 향한 시동은 걸렸지만 미 자동차업계에 대한 설득이 비준 시기를 좌우할 전망이다.

◇ 드디어 미국이 움직였다
이날 관보에 게재된 내용은 9월15일 정오까지 한.미 FTA에 대한 각계의 의견을 내라는 것이다.

의견 제출의 포인트는 세가지다.

양국 교역 전반에 미칠 영향, 관세.비관세 장벽 제거로 노동자와 대기업, 소비자에게 가져올 경제적 비용 및 혜택에 대한 입장, 교역과 투자와 관련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양국 또는 한 쪽이 추가로 취해야 할 조치 등이다.

눈에 띄는 것은 추가 조치 사항을 묻는 질문이다.

자동차 문제를 놓고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미국 내에서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의견 수렴의 가장 큰 의미는 미국이 움직였다는 데 있다.

그동안 미 정부가 한국과의 FTA 비준에 대해서는 다른 국가와의 FTA에 비해 후순위로 두고 있다는 관측이 있었던 점을 감안할 때 미국이 한.미 FTA에 관심을 갖고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겼다는 것은 매우 중대한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지난달 16일 한.미 정상회담의 합의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양국 정상들은 당시 "우리의 강력한 경제.무역.투자 관계를 계속 심화시켜나갈 것이며 한.미FTA가 이런 관계를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진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기로 했다"고 FTA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서명 후 2년이 지났는데도 진척이 없는 상황을 돌파할 필요성도 컸다.

정부 관계자는 "그동안 소강 상태였던 한.미 FTA를 미 행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실질적으로 챙기기 시작했다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FTA 비준 전망에 긍정론.부정론 교차
미 행정부의 의견수렴 절차 돌입이 FTA 비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긍정론과 부정론이 교차하고 있다.

우선 미 행정부가 의회를 설득하기 위한 정지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그동안 FTA 타결 이후 미 자동차업계 등 부정적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많이 나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비공식적 의견수렴 절차에 주력하던 미 행정부가 공개적으로 의견을 내달라고 요청한 것은 내심 찬성론이 공론화되길 바라는 의도가 깔렸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한미FTA 비준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한미재계연합도 조만간 의견서를 제출하기 위한 준비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FTA가 타결된 이후 끊이지 않았던 재협상 논란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보호주의 여론이 확산된데다 오바마 행정부가 출범하고 상대적으로 보호주의 성향이 강한 민주당까지 미 의회의 다수당이 되면서 협상결과에 불만의 목소리가 표출되는 한편 재협상 논란까지 끊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정부는 "재협상은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한미FTA 조기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그동안 미국 자동차업계 등에서 FTA에 대한 부정적 목소리가 많이 나왔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과정을 통해 긍정적인 의견이 다수 제출됨으로써 연내에 비준안이 처리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다른 국내 현안이 많아 당분간 한미FTA가 최우선 정책순위에서 밀려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비준시기는 다소 지연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바마 대통령이 올해 하반기 가장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의료개혁과 기후변화 대응정책의 가닥이 잡혀야 한미FTA가 본격적으로 다뤄질 것이라는 해석이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동국대 강연에서 비준동의안 처리 전망과 관련, "비준은 `예스.노(yes or no)'가 아니라 `언제(when)'냐는 시간의 문제"라며 "이 때가 되면 미국도 `예스'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류지복 기자 prince@yna.co.kr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