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에 있는 이춘택병원에서 무릎관절과 엉덩이관절 수술을 받으려면 2~3개월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 인공관절수술 로봇인 '로보닥(Robodoc)'의 도움을 받으려는 환자들이 밀려 있어서다. 로보닥은 인공관절을 삽입 · 장착하기 위해 뼈를 자동으로 깎아주는 로봇.의사가 직접 했던 기존의 수술법에 비해 정밀도가 훨씬 더 높다. 2002년 로보닥을 들여온 이 병원은 지금까지 4000여건의 수술을 성공적으로 치러냈다.


◆미국서 개발한 의료용 로봇 인수

로보닥은 원래 미국 ISS사가 개발했다. ISS사의 의뢰를 받은 IBM과 UC데이비스 대학병원의 윌리엄 버거 교수가 공동으로 1985년부터 7000만달러를 투자,1992년 생산에 성공한 것.이후 1997년부터 10년간 유럽 일본 한국 인도 등에 62대가 판매됐다. 대당 가격은 20억원선이었다.

개발 초기 순탄했던 로보닥 판매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다른 나라 의료당국의 허가는 어렵지 않게 취득한 반면 정작 중요한 미국에선 식품의약품안전청(FDA)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게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자금난을 겪기 시작한 ISS에 한국의 벤처기업 큐렉소가 관심을 가진 것은 이 때부터.큐렉소는 2007년 6월 ISS를 인수했고,24종 핵심 특허를 확보하는 데도 성공했다. 큐렉소는 회사를 인수한 뒤 미국 3개 대학과 일본의 5개 대학병원에서 임상시험을 거친 끝에 2008년 7월엔 FDA의 승인도 얻어냈다.

현재 미국 FDA 승인을 받은 수술로봇은 로보닥과 다빈치(da Vinci:복부 내시경을 활용해 전립선암을 수술하는 로봇),마코플래스티(MakoPlasty:무릎관절에 인공관절 삽입 시 뼈의 일부를 깎는 로봇) 등 3개뿐이다.

◆핵심부품 국산화 나선다

로보닥은 더 이상 미국 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이 소유하게 됐지만 여전히 핵심부품 생산은 미국과 일본에서 이뤄지고 있다.

로보닥을 국산화해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려는 게 큐렉소의 꿈이다. 큐렉소는 27일 이 같은 꿈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든든한 원군'을 얻었다. 현대중공업 삼성서울병원 이춘택병원 삼지전자 등이 주인공이다. 지식경제부가 신성장동력 '스마트 프로젝트' 로봇 분야 지원대상으로 인공관절수술 로봇을 선정함에 따라 이들 병원 및 기업들과 이날 서울 메리어트호텔에서 '연구공동체 추진협약'을 체결한 것.

3개 기업과 2개 병원은 정부의 연구 · 개발(R&D) 예산 40억원에 자체 출연한 13억3000만원을 더해 내년 상반기까지 로봇팔,모니터링 · 제어시스템 등을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특히 현대중공업이 로봇팔 등을 개발 및 생산하고,삼성서울병원은 수술기법 검증과 임상시험을 수행하게 된다.

R&D를 총괄하게 될 큐렉소의 이경훈 사장은 "국산화하려는 핵심 기술은 모든 서비스 로봇에 적용할 수 있어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성공할 경우 5~10년 뒤처진 미국과의 수술용 로봇 기술격차를 1년 만에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한국의 IT 융합기술을 접목할 경우 원가를 낮추는 것과 함께 성능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시로봇 실증단지도 구축

이날 협약식에서는 삼성테크윈과 한국석유공사가 서산 석유비축기지에 감시로봇 시스템 실증단지를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 사업엔 정부 예산 60억원 등 80억원이 투입된다. 고정형 감시로봇 시스템 시장은 중동 등을 중심으로 연평균 38.6%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감시로봇 시스템이 상용화되면 삼성테크윈은 국내 시장은 물론 알제리 등 6개국과 협력관계에 있는 한국석유공사의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에도 판매에 나설 방침이다. 임채민 지경부 1차관은 "수술로봇과 감시로봇은 신시장 창출이 유망한 분야"라며 "기업이 설비투자와 해외시장 진출 등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신성장동력 펀드와 연계해 안정적으로 자금을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