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를 파탄에 빠뜨린 신용위기가 유럽으로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 "카드 빚에 눌린 유럽 경제가 새로운 위기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유럽의 소비자대출 채무불이행(디폴트) 규모는 전체 대출액 2조4670억달러의 7%인 18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총대출액(1조8140억달러) 가운데 14%가 채무불이행 상태인 미국보다는 양호한 수준이지만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미국은 가계 부실대출 문제가 정점을 지난 상태지만 유럽에선 6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가계 부실대출 문제가 가장 심각한 곳은 영국이다. 영국 개인부채 상담전화인 NDU에 따르면 지난 5월 신용카드 및 주택담보대출 등과 관련된 소비자 상담 건수는 4만1000여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2만건)의 두 배로 치솟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영국 금융회사들의 신용카드 대출손실 상각비율이 작년 5월 6.4%에서 올 5월 9.37%로 높아졌다고 밝혔다. 미국의 10%와 맞먹는 수준이다.

FT는 "더 큰 문제는 빚을 갚고 싶어도 실업률 증가와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는 점"이라며 "앞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이 신용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금융 규제 강화로 은행들이 더욱 까다로운 대출 조건을 요구하고 있어 경제난에 처한 개인들이 돈을 빌릴 길이 더욱 요원해지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지난 5월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 국가 실업률은 9.5%로 치솟았고 영국은 7.2%에 달했다.

케네스 로젠 버클리대 경제학 교수는 "실업률 급등에 따른 소득 감소가 확산되면서 주택담보 및 신용카드 대출에서 제2의 신용위기 파고가 몰려올 가능성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