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탈그룹이 철강업계 인수 · 합병(M&A)에 첫발을 디딘 것은 1989년.카리브해의 작은 나라 트리니다드 토바고의 국영 철강업체 '이스코트'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심각한 경영 부진에 빠져 하루에 100만달러씩 적자를 내던 회사를 미탈은 약 1년 만에 재건하는 데 성공했다. 대규모 인원 정리와 비용 절감이 비결이었다.

1992년에는 멕시코 3위 국영제철소 시발사를 2억달러에 인수했다. 이 공장도 1970년대 20억달러나 들여 지은 곳이지만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역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나서 1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이후로는 거침이 없었다. 알제리 루마니아 폴란드 마케도니아 보스니아 등 개발도상국의 제철소를 보는 족족 집어삼켰다.

미탈그룹은 제철소를 매물로 내놓은 국가의 정부가 처한 상황을 교묘하게 이용했다. 1995년 카자흐스탄 철강업체 카르메트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연간 철강 생산량이 600만t으로 구 소련 내에서 최대 제철소였던 이 회사는 소련 해체로 안정적인 수요처가 사라진 데다 설비마저 노후화,악화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미탈이 이 제철소를 인수하면서 지불한 금액은 직접 짓는 데 들어가는 비용의 10분의 1 정도에 불과했다.

자신감을 얻은 미탈그룹은 2006년부터 본격적인 '대물(大物) 사냥'에 나섰다. 당시 세계 2위였던 아르셀로에 적대적 M&A를 선언한 것.공격은 성공했고 곧바로 세계 1위에 올랐다. 연간 조강 생산량은 포스코 신일본제철 등 2위 그룹보다 4배가량 많은 1억t을 훌쩍 넘어섰다. '철강 공룡'이 탄생한 순간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