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커피 전문점 '85度C'는 '골리앗' 스타벅스를 침몰시킨 토종 '다윗'이다. 2003년 시장에 뛰어들어 3년 만에 점유율 30%로 1위를 차지했다. '품질만 빼고 모든 것을 스타벅스의 절반으로 줄인다'는 전략이 통한 결과다.

선진 경영기법과 자본력,브랜드 인지도로 무장한 글로벌 기업은 언제나 승자일까. KOTRA가 러시아,중국,대만,동남아시아,중남미 등에서 활약하고 있는 23개 토종 '다윗'을 분석,27일 발표한 '글로벌 기업을 누른 신흥시장 토종기업의 성공 전략'에 따르면 그들도 패자인 경우가 흔하다.

토종 기업의 최대 장점은 현지 사정을 잘 안다는 것.러시아 커피 전문점 1위인 코페하우스가 대표적이다. 대접받기 좋아하는 러시아인의 속성을 감안, 셀프서비스를 없애고 레스토랑식으로 전문점을 꾸몄다. 맥도날드를 제친 필리핀의 햄버거 전문점 졸리비(Jollibee)는 달콤 짭짤한 맛을 즐기는 현지인의 입맛을 파고들었다.

매장수 457개로 대만 슈퍼마켓 1위에 오른 취엔리엔의 비결은 부락급 입지 전략과 박리다매.타이베이,가오슝 등 대도시에서 대형 마트와 맞붙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경제 규모가 작은 중남부 지역는 물론 섬지역까지 과감히 진출했다. 가격면에서도 대형 마트 대비 10~15%,편의점 대비 25~30% 싸게 판다는 원칙을 지키고 있다.

중가 제품군을 앞세워 방문 판매 전략만 구사하는 브라질 토종 화장품 업체 라 나뚜라,전통적인 우유 배달원을 활용해 네슬레를 제치고 우유 · 요구르트 시장을 석권한 인도의 아물(Amul)은 틈새시장을 개척해 성공한 사례들이다.

다국적 기업을 벤치마킹하면서 동시에 기술 개발에 공을 들인 토종 기업들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러시아 검색엔진 개발업체 얀덱스는 1980년대 후반부터 '마가단'이란 검색 기술을 개발해 구글보다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지우양은 전 직원의 15%를 연구개발(R&D) 부문에 투입한 데 힘입어 두유제조기 시장에서 독보적 1위에 올라섰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