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그룹의 한 트레이더가 올해 총 1억달러에 달하는 고액의 보수를 요구하고 있어 씨티그룹이 인재 확보와 정부 눈치보기 사이에서 고심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씨티그룹의 에너지관련 트레이딩 부문인 피브로의 책임자인 앤드루 홀은 피브로의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1억달러의 보수를 요구했다.

소식통들은 홀은 지난해 1억달러 이상의 보수를 받았으며 올해 그의 보수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피브로는 올 들어 지금까지 양호한 실적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씨티는 2007년말 피브로를 씨티의 자산관리 부문과 통합하려다 실패했고 홀은 상당한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피브로를 운영해왔다.

홀은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품의 수집가로 알려졌고 자산이 소유한 독일의 오래된 성에 소장 작품을 전시하는 등 개성과 독특한 취미를 가진 인물로 전해졌다.

오후엔 사무실에서 벗어나 조정 경기장을 찾거나 발레 선생과 함께 미용체조 연습을 하러 가는 것이 취미로 알려져 있다.

신문은 홀의 이런 보수 요구가 씨티그룹을 어려운 입장에 처하게 했다고 전했다.

계약상의 보수 지급 내용을 지키지 않으면 아까운 인재를 잃고 자칫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고, 계약에 따라 거액의 보수를 지급하면 월가의 고액보수를 규제하려는 정부 방침을 거스르는 것은 물론 비난 여론도 다시 자극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홀에 대한 보수 지급이 계약에 따른 것인데다, 피브로가 좋은 실적을 내는 것이 정부 공적자금을 상환하는데도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부가 34%의 지분을 취득, 대주주로 부상하게 될 씨티그룹의 처지를 감안하면 이런 거액의 보수지급 계약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바마 행정부는 재무부의 급여문제 특별 책임관 자리에 케네스 파인버그 변호사를 임명해 월가 금융회사를 비롯한 기업들의 직원에 대한 과도한 보너스를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미 금융권의 과도한 보너스는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메릴린치 인수과정에서 불거져 여론의 질타를 받아왔고 최근에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보험사 AIG가 거액의 보너스 지급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기도 했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