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속에도 기회는 있었다. 국내 대표 IT(정보기술) 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 얘기다. 이들 두 기업은 글로벌 위기 속에서도 공격경영으로 올 2분기 실적을 경제위기 이전 수준으로 올려놨다. 세계 글로벌 IT업체들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다. 특히 세계 LCD(액정표시장치) TV와 휴대폰 시장에서 보여준 두 회사의 저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올 2분기 기준 두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약 30%.세계 시장에서 팔려나간 LCD TV와 휴대폰 3대 중 한 대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이야기다.



소니 엎어친 'TV 코리아'

첫번째 기회는 환율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분기에도 이어진 '원화약세-엔화강세'를 틈타 오랜 맞수인 일본 소니를 눌렀다. LCD TV 업계 2위인 소니는 올초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며 긴축경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높은 품질에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국산 TV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점차 밀려나며 TV 판매가 줄기 시작했다.

업계에서는 2분기 중 소니의 TV 판매량이 320만대 수준으로 뒷걸음질,시장점유율 11.4%대로 LG전자에도 추월당한 것으로 보고 있다. LG는 2분기 중 355만대를 판매,1분기 11.9%였던 세계 시장점유율을 12.6%로 끌어올렸다. 세계 TV업계 1위인 삼성전자는 1분기 505만대였던 판매량을 2분기에는 565만대로 늘리면서 세계 시장 점유율을 20%대에 올려놨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TV시장 선전은 국내 LCD패널 판매 확대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로 연결되면서 국내 IT업계의 동반 실적회복을 이끌었다.

휴대폰,노키아와 마지막 싸움만 남아

휴대폰 사업은 기록의 연속이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중 523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 점유율을 19.4%대로 올렸다. 앞서 실적을 발표한 LG전자 역시 사상 최대인 2980만대의 휴대폰을 팔아 점유율 11%를 달성했다. 두 회사의 선전으로 한국 휴대폰은 세계 시장 합계 점유율이 처음으로 30%를 넘어섰다. 반면 세계 부동의 1위로 군림해온 노키아는 2분기 휴대폰 판매량이 1억32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감소했다. 4800억원대의 적자를 낸 소니에릭슨은 2분기에 LG전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380만대를 팔았고,모토로라 역시 비슷한 수준의 판매대수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이익률 면에서도 한국 휴대폰은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2분기 삼성전자 휴대폰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10%를 기록했고,LG전자는 전 분기(6.7%)의 두 배 수준인 11%까지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터치스크린폰 등을 중심으로 선진국 시장을 선점하고 지역별로 특화한 마케팅전략,고해상도 AMOLED(능동형 유기 발광 다이오드) 화면을 장착한 터치폰 등 제품 차별화에 나선 결과"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세계 유일한 흑자

삼성전자는 앞선 기술경쟁력을 기반으로 반도체 업계 최초로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1위 기업의 저력을 과시했다.

세계 D램부문 2위 업체인 하이닉스 역시 적자폭을 59% 줄이면서 매출 1조6760억원,영업손실 2110억원의 선전을 기록했다.

최근까지 치열하게 벌어진 '치킨 게임'(적자를 감수하며 경쟁업체가 무너질 때까지 물량을 밀어내는 경쟁)에서 국내 업체들이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세계 반도체업체들은 지난해 D램과 낸드플래시 값이 원가 이하 수준으로 폭락하면서 적자 수렁을 헤맸다. 그 결과 올초 독일 키몬다가 파산을 선언했고 일본 엘피다와 대만의 반도체 업체들은 정부에 자금 지원을 신청했다.

최근 들어 반도체 값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지만 업체별로 실적개선 온도차는 컸다. 미국 마이크론은 2분기에 매출 11억600만 달러,영업적자 2억4600만달러를 내면서 22.2%의 영업손실률을 냈다. 업계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엘피다와 대만의 난야 등은 2분기에도 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현예/안정락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