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슈퍼 1곳 개점 연기, 2곳 가오픈…지역 여론 살피기

'골목상권'을 놓고 대형유통업체와 지역 소상공인들의 갈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다.

홈플러스와 롯데슈퍼, GS리테일,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지난해부터 전국에 수백개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개점을 본격화하면서 지역 소상공인과의 '골목 전쟁'이 시작됐다.

슈퍼마켓 등 지역 소상공인들은 "대형업체들이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을 내는 등 대형유통업체의 '골목' 진입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지역 소상공인의 반발이 확산되자 대형 유통업체들은 잇따라 SSM 개점을 연기하거나 가오픈으로 방향을 선회하는 등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대형업체, SSM 개점 연기
롯데슈퍼는 24일 정식 오픈 예정이었던 서울 노원구 상계7동점 개장을 잠정 연기했다. 또 당초 이날 정식오픈 할 예정이었던 강서구 염창점과 양천구 신정점 등 2곳을 가오픈, 시장 반응을 살피고 있다.

롯데슈퍼는 다음주 중 개점 예정이었던 광주 광산구 수완점도 개장시점을 늦추기로 했다.

롯데슈퍼 관계자는 "SSM 개점일의 경우 주변 상황에 따라서 다소 변동이 있을 수 있다"며 "상계 7동점과 수완점의 정확한 개점 시기는 확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주변 지역 상인들의 여론 등을 살펴본 뒤 개점 시기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롯데슈퍼가 계획을 갑자기 바꾼 것은 홈플러스가 인천과 청주, 안양 등에서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개장 문제를 놓고 지역 상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홈플러스는 당초 지난 21일 인천 옥련점을 개장할 예정이었지만, 인천지역 슈퍼마켓협동조합이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조정 신청을 내는 등 지역 상인의 반발이 거세지자 자진해서 개장 보류했다.

◆소비자 이익이냐 골목상권 붕괴냐
대형유통업체에서 운영하는 SSM은 그동안 축적된 선진 유통·매장관리로 대형 할인매장처럼 소비자들에게 양질의 제품을 보다 저렴하게 서비스한다는 전략으로 '골목 유통'에 뛰어들고 있다.

그러나 지역 소상공인들은 "대형 매장과 연계한 가격 할인은 지역 소상공인들을 길바닥으로 내모는 처사"라며 "지역 소상공인 생존권을 위협하는 대기업의 횡포를 좌시할 수 없다"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에 지역 슈퍼마켓조합들은 인천 옥련점을 포함해 현재 인천 2곳, 청주 4곳, 안양 1곳 등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7곳의 입점을 막아달라며 중기중앙회에 사업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기협중앙회는 지역 실태조사를 거쳐 30일 내에 중소기업청에 사업 조정 검토를 요청할 예정이다.<용어설명 참조>

하지만 이같은 지역 상인들의 반발에도 불구, 또다른 대형 유통업체인 신세계 이마트가 신규 SSM 개점을 강행하겠다는 방침을 세워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 서울 서초동에 330㎡(100평) 규모의 SSM '이마트 에브리데이' 5호점을 연 신세계 이마트는 다음주 중 예정된 발산동과 미아동, 쌍문동 3곳에서 SSM을 계획대로 개점할 예정이어서 해당 지역 상인들과의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경닷컴 김은영 기자 mellis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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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어 설명>

◆사업조정=중소기업 업종에 대기업이 진출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우려가 있을 때 중소기업청의 '사업조정심의위원회'를 거쳐 대기업의 사업 진출을 연기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제도다.
중소기업중앙회에 사업 조정을 신청하면 중앙회가 사실 조사를 벌인 뒤 30일 내 의견서를 중소기업청에 제출하고, 중기청은 90일 이내에 대기업에 사업장의 인수·개시·확장 시기를 최장 6년까지 연기하거나 생산품목·수량·시설 등을 축소하는 것을 권고할 수 있다. 이 권고를 어길 경우 5000만원 벌금형이나 1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