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형슈퍼마켓(SSM) 입점 논란과 관련해 한국슈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슈퍼연합)와 대형마트 측이 만남을 가졌으나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체인스토어협회 안승용 부회장과 슈퍼연합회 김경배 회장은 23일 서초동 슈퍼연합회에서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

슈퍼연합 측은 현재 국회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등 관련 법안이 통과될 때까지 SSM 입점을 보류해줄 것을 요청했다.

SSM으로 인한 중소 유통업체의 피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SSM 입점에 대한 규제가 강화될 가능성이 큰 이 법안이 통과 때까지 입점을 막아보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규제가 강화되기 전에 최대한 많은 SSM을 입점시키고자 하는 대형마트 측에서는 애초에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었다.

대신 대형마트측은 현행 SSM 입점 신고제에서 한발 양보해 입점 등록제를 수용할 수도 있다는 의사를 전달하며 양측은 합의점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슈퍼연합 측이 등록제에 주민공청회와 환경영향평가 등의 조건을 내걸자 회의는 다시 미궁으로 빠졌다.

애초 SSM 입점 허가제를 주장하던 슈퍼연합 측은 "보완장치가 없는 등록제는 허울뿐인 제도"라며 "지금도 대형마트는 등록제이지만 사실상 아무런 규제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양 측은 영업일수, 영업시간 축소, 품목제한 등 산적한 문제에 대해서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서 사실상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양측은 다음 주 초께 다시 한번 만남을 가지기로 했으나 현재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합의점에 도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경배 슈퍼연합 회장은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SSM이 들어온다면 대규모 집회 같은 충돌로 이어질 수도 있다"며 "지역별로 사업조정 신청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현재의 요구 사항을 굽히지 않을 것을 천명했다.

현재 인천, 청주, 안양 등 7개 지역 슈퍼마켓 조합이 SSM 입점을 막아달라며 중기중앙회 측에 사업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오는 27일 인천 갈산동 홈플러스 익스프레스가 개점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슈퍼연합회와 대형마트 측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ljungber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