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내 제조업체들이 돈을 벌어 빚을 갚는 능력이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이는 경기 침체로 매출이 줄고 자금 사정이 나빠지면서 현금수입은 줄어든 반면 단기 차입금은 늘렸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23일 발표한 `2008년 제조업 현금흐름분석'에 따르면 자산 70억 원 이상 제조업체 6천60개의 현금흐름보상비율은 51.4%로 2007년(85.0%)에 비해 33.6%포인트 하락했다.

현금흐름보상비율은 단기차입금의 상환 능력 등을 나타내는 지표로, 이 수치는 2000년 49.2%를 기록한 이후 가장 낮았다.

대기업이 73.3%로 55.4%포인트 하락했으며 중소기업은 22.3%로 8.3%포인트 하락했다.

이자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현금흐름이자보상비율 역시 597.9%로 2007년(900.4%)보다 302.5%포인트 하락했다.

대기업이 437.9%포인트, 중소기업이 86.1%포인트 각각 하락했다.

이 수치가 100%를 밑도는 업체의 비중은 2007년보다 1.2%포인트 늘어 32.1%를 기록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업 3개 가운데 1개꼴로 영업활동 현금수입으로 이자조차 충당하지 못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기업들의 현금흐름보상비율과 현금흐름이자보상비율이 모두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은 그만큼 영업 부문의 침체가 깊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수입은 업체당 평균 96억4천만 원이었다.

이는 2007년 현금수입 118억9천만 원보다 22억5천만 원(18.9%) 감소한 수치다.

대기업이 1천120억5천만 원에서 894억1천만 원으로 20.2%, 중소기업은 17억3천만 원에서 15억5천만 원으로 10.5% 줄었다.

투자를 위한 현금지출은 131억8천만 원으로 2007년(132억8천만 원)에 비해 0.8% 감소했다.

지출 감소폭보다 수입 감소폭이 더 커 대기업의 경우 현금부족액이 146억1천만 원으로 1998년 143억3천만 원 이후 가장 많았다.

기업들은 이 같은 현금부족을 메우려고 외부에서 빚을 끌어오면서 재무활동에 의한 현금조달은 53억6천만 원 순유입을 기록해 2007년(23억5천만 원)에 비해 순유입액이 크게 증가했다.

한은 관계자는 "현금조달 수단 가운데 차입금이 32억3천만 원에서 67억 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며 "경제불확실성 탓에 기업들이 현금을 빌려 와 쌓아두려는 경향을 보여 현금보유액은 18억3천만 원 증가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zhe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