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전자 계열사들이 하반기 본격적으로 시설 투자에 나선다. 전 세계 IT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급속히 회복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를 필두로 삼성SDI 삼성LED 코닝정밀유리 등 부품업체들도 투자규모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우선 LCD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세계적인 LCD 수요 확대에 맞춰 8세대 라인에 대한 투자를 확대키로 한 것이다. 2조~3조원에 이르는 8세대 LCD 추가 투자가 이뤄지면 삼성전자의 투자는 9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작년 11조8000억원보다는 25%가량 줄어든 것이지만 연초 계획보다는 2조원 정도 늘어난 수준이다.

삼성전자는 당초 8세대 라인에 대한 추가투자와 11세대 라인투자 등을 놓고 저울질하다 최근 수요급증에 대응하기 위해 8세대 라인 추가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신규 라인은 3분기 중 착공해 내년 중반께부터 양산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 라인의 주력 제품은 대형 TV용 패널이다. 삼성은 합작사인 소니가 투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독자적으로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LCD 추가투자를 결정한 것은 지난 6월 대형 LCD 출하량이 4687만대로 월간 기록으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수요가 급속히 회복되고 있는 데다 경쟁업체들이 잇따라 증설에 나서고 있는데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LCD 수요가 급증하자 LCD 유리기판을 만들고 있는 삼성코닝정밀유리도 올 하반기에 2000억~3000억원을 투입,유리 제작용 탱크를 추가로 늘릴 계획이다. 최근 LCD 수요 증가로 유리기판 공급이 3분기까지 부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함께 향후 5년간 바이오시밀러(복제약) 분야에 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일찌감치 바이오사업을 차세대 사업 중 하나로 점찍어온 삼성은 정부가 연구개발비를 지원하는 '스마트 프로젝트' 협약에 참여하며 본격적으로 바이오투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복제약 분야는 원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규모 설비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서 이수앱시스 등과 컨소시엄을 이룬 삼성은 특허가 만료되는 9종 이상의 바이오시밀러 대량 공급체계를 구축하고 2011년 첫 상용 제품 출시를 목표로 삼고 있다.

삼성전자는 또 온실가스감축 등 녹색경영을 위해 2013년까지 5조40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사업장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제품의 에너지 효율도 40%가량 높일 계획이다.

우선 삼성은 가스 처리시설 도입과 저효율 에너지 설비 교체 등에 2조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국내외 전 사업장에 제품 제조부터 폐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태양광 등 신 · 재생 에너지 구매도 늘리기로 했다. TV 냉장고 에어컨 등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 개발을 위해서도 3조1000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SDI는 해외기업 인수에 이어 내년께부터 본격적인 자동차용 2차전지 설비투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삼성SDI는 최근 독일 보쉬와 합작한 SB리모티브를 통해 미국 전기 자동차용 2차전지 제조업체 코바시스를 인수했다. 리튬이온전지를 주력으로 하는 삼성SDI는 코바시스 인수를 통해 니켈 수소전지 기술도 확보하게 됐다.

이에따라 차세대 자동차용 2차전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삼성SDI 관계자는 "코바시스 인수를 통해 자동차용 2차전지 납품건이 성사되면 즉각 납품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미국 내 코바시스 영업망 등을 통해 삼성SDI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코바시스가 기존에 납품해온 미국 자동차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영업이 가능하게 됐다는 얘기다. 삼성SDI는 현재 유럽계 업체와 자동차용 전지 납품을 위한 본계약 체결 직전에 있으며 이 계약이 체결되면 국내에 전지생산 공장건설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의 합작회사인 삼성LED도 LED수요 확대에 부응하기 위해 최근 라인증설 작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LED TV 등 LED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추가 투자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