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하이닉스 체력회복 Vs 대만 업체 부진에 허덕

세계 반도체업계에서 2년 이상 끌어온 '치킨게임(Chicken game)'이 올 1분기에 사실상 막을 내린 뒤 업체 간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치킨 게임은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게임 이론으로, 그간 반도체 업체 간의 출혈 경쟁을 의미하는 말로 자주 사용됐다.

22일 시장조사기관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D램 고정거래가격 상승세에도 대만 반도체 업체들의 가동률은 50~60% 안팎에서 머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100%에 가까운 가동률을 기록하고 있고, 일본 엘피다도 95% 안팎의 가동률을 유지하는 것으로 전문가들을 추정하고 있다.

메리츠증권 이선태 애널리스트는 최근 낸 보고서에서 "대만 D램 4개사의 6월 매출액은 예상보다 저조한 수준"이라며 "출하량 증가세가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으로 보여 대만 업체들의 가동률 상승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최근 D램 주력 제품인 1Gb 128Mx8 667MHz DDR2의 고정거래 가격은 이달 초와 비교하면 5.17% 오른 1.22 달러에 형성됐다.

차세대 D램인 DDR3도 2.44% 오른 1.34달러를 기록하는 등 D램 가격이 완만한 회복세를 타고 있다.

그러나 대만 업체들은 이런 상황 속에서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만큼 가동률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

현 고정거래가격이 원가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설령 가격이 원가에 근접하더라도 가동률을 끌어올려 생산을 늘리면 가격이 다시 내려가는 '함정'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이다.

대만 업체들이 미세공정을 통해 원가 경쟁력에서 앞선 삼성전자나 하이닉스를 따라잡기가 역부족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이선태 애널리스트는 "대만 업체의 가동률과 가장 밀접한 DDR2 현물 가격이 1.1 달러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해 대만 업체들이 가동률을 더 끌어올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도체 시장이 로엔드(저가제품)에서 하이엔드(고가 제품)로 추세가 바뀌는 것도 선발업체와 후발업체의 격차를 벌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부터 40나노급 DDR3를 세계에서는 처음으로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간다.

DDR3 제품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엘피다 정도만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고 미세공정은 국내 업체들이 단연 앞서 있다.

이런 반도체 시장의 분위기는 LCD 시장과도 대조적이다.

LCD 부문에선 중국 정부의 가전하향 정책(가전제품 보조금 지급정책)으로 30인치급 로엔드 제품 수요가 늘면서 대만 업체들이 100%까지 가동률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시장 상황으로는 D램 가격이 급격하게 회복되기 어려운 데다, 앞으로 가격이 오른다고 해도 2년 전처럼 치킨게임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광철 기자 minor@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