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시 문화동 재래시장에서 25년째 10㎡ 짜리 호떡집을 운영해 온 어모씨(58).그는 월세 9만5000원인 주공아파트에 지병을 앓고 있는 팔순 노모와 20년째 살고 있다. 지체장애인인 어씨는 적은 수입으로 노모의 병원비를 충당하느라 궁핍함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더욱이 아내가 산나물을 뜯어 가계 자금을 충당하려고 산에 갔다가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하는 바람에 병원비를 사채로 빌려야 했다. 아내가 호떡집을 거들어 주지 못하자 수입도 줄고 사채 상환 압박에 심각하게 시달리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중소기업청이 마련한 금융소외 자영업자 특례보증 대출을 신청해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었다. 호떡집을 하는 사람이 어떻게 공금융을 이용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서류를 접수한 뒤 2주일 만에 500만원이 승인됐다는 전화를 받고 연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고 한다.

올 들어 어씨처럼 금융소외 자영업자 특례보증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기 어렵던 상황에서 정부의 도움으로 벗어난 사람들이 많다.

부산 온천동에서 고물상을 하는 김모씨(64)도 고철값과 폐지값 폭락으로 자금난을 겪다가 이틀 만에 300만원을 대출받아 정상 생활을 하게 됐다. 대전 가장동에서 노점을 하는 김모씨(49)는 특례보증 300만원을 대출받아 밀린 월세 80만원을 갚아 사채 빚에서 벗어나기도 했다.

이처럼 특례보증에 의한 수혜자가 늘어나자 중소기업청(청장 홍석우)은 오는 연말까지 금융소외 계층에 대한 특례보증을 확대 공급하기로 했다. 한국신용평가 등에서 신용등급 7~9등급에 속하는 사람에게도 자금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기로 한 것.중기청은 이달 들어 신청자가 급증하자 등급별 지원 금액을 새로 설정했다. 지원 금액은 7등급이 500만원,8등급은 400만원,9등급은 300만원까지다.

특히 지난 7월15일부터는 지원 대상도 크게 넓혔다. 지금까지는 지원 대상이 자영업자 노점상 우유배달원 유제품판매원 등만 해당됐다. 하지만 이날부터 대리운전 기사도 특례보증에 따른 자금지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보험설계사 △화장품 외판원 △학원 강사 △자동차 방문판매원 △학습지 방문판매원 △정수기 판매원 △음료품 배달원 △서적 판매원 등도 이 자금을 대출받을 수 있게 됐다.

이 특례보증 대출을 취급하는 금융기관도 대폭 늘렸다. 지금까지는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농협 등 3개 기관에서만 취급해 왔지만 이달 말부터는 경남 광주 대구 부산 전북 제주 등 지방 은행에서도 취급한다. 이 자금의 대출 금리는 연 7.3% 이내다. 보증료도 1% 내다.

중기청은 올 상반기에 3만9448명의 금융 소외자에게 1811억원의 특례보증을 했다고 밝혔다. 급박한 사정으로 500만원 이하의 돈을 빌려야 하는 형편에 처한 사람이라면 특례보증 대출로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지필 수 있을 것이다.

이치구 한국경제 중소기업연구소장 rh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