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TI 비율규제 전국 확대..금리 조기인상 바람직"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 나라의 경기하강세가 비교적 빨리 마무리되고 있어 각종 비상조치를 정상화하는 등 출구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1일 첫 발간한 `KDI 포커스'에서 조동철 선임연구위원이 대표집필한 `경제환경 변화와 정책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다수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경기회복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우리 경제가 위기 이후 정책방향을 먼저 고민하는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밝혔다.

KDI는 특히 가계 부채와 관련, "미국 금융기관의 DTI(총부채상환비율.채무상환 능력을 반영한 대출금액 결정) 비율 상한은 우리 나라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현재 강남 3구 투기지역의 6억원 이상 고가주택에만 40%로 설정돼 있는 DTI 비율규제를 점차 전국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우리 나라 주택담보대출의 대부분(2008년 92.4%)이 변동금리부 대출이라는 점을 감안, 향후 금리가 상승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적극 홍보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KDI는 "비상조치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도덕적 해이를 확산시키고 구조조정을 저해함으로써 경제체질을 약화시킨다는 근본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며 국내은행 차입 외화표시 채무의 원리금 상환에 대한 국가보증 및 은행채의 한은 환매조건부 채권(RP) 대상 채권 편입조치 조기 철회, 채권시장 안정기금의 점진적 축소.폐지를 제안했다.

통화정책 정상화와 관련, "적기에 이뤄지지 못할 경우 부작용이 더욱 파괴적일 수 있다"며 "현재 수준에서 부분적인 금리인상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이는 긴축기조로의 전환이라기보다는 부양강도의 조정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언급, 금리 인상 필요성을 거론했다.

다만 "금리정책의 변경은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것이 금융시장에 대한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이다.

현재 초저금리를 급격한 충격없이 정상화시키기 위해서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가능성이 있어 가급적 조기에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해 조기에 금리인상에 나서되 인상폭은 점진적으로 조정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재정정책 정상화를 위해서는 "2007년 현재 13개 부처 163개로 난립돼 있는 각종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창업 초기 유망 중소기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통폐합하고, 대규모 공공사업에 대한 타당성 검증을 강화하는 한편 위기대응을 위해 취한 각종 일자리 및 복지사업도 내년부터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사업을 중심으로 한 세출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거론했다.

KDI는 외환위기 관리시스템 개선방안으로 "통화스와프 등 외환보유액 확충의 대체 방안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며 "금융감독 차원에서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 비율 산정시 외화자산과 외화부채 항목의 상이한 유동성을 반영한 가중치를 적용, 단기외채 도입유인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구조조정과 관련, "위기대응 차원의 대책들을 정상화시킴으로써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며 ▲중소기업 대출의 전액 만기연장 ▲패스트트랙 프로그램 ▲한은의 총액한도대출 한도 확대 등을 꼽았다.

노동 분야에서는 파견근로 범위 확대, 정규직 고용보호 완화, 사회안전망 확대 등을 통한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를 주문했다.

국제금융 분야에서는 대형 금융기관의 자기자본거래에 대한 엄격한 감독, 국내외 감독기관 간 협조체계 구축을 제안한 뒤 "역내외 모든 헤지펀드의 감독기관 등록 및 정보공개 의무화를 고려하고, 신용파생상품 장외거래의 등록제 실시방안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