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노사 간 임금협상이 넉 달째 표류하고 있다.

21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국노총 산하 금융산업노조와 금융권 사용자대표측은 지난 3월 일자리나누기와 임금협상을 위한 첫 산별중앙교섭회의를 개최한 이후 한 번도 한자리에 모이지 못했다.

첫 교섭회의 결렬 이후 노사 양측의 입장차가 더욱 벌어져 협상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노사 양측은 지난 3월만 해도 대졸 초임 20% 삭감과 기존 직원 임금 동결에 어느 정도 의견 일치를 본 상태였다.

그러나 사측은 최근 대졸 초임 삭감에 이어 기존 직원에 대해 5% 임금 반납 및 연차 50% 사용 의무화 등을 추가로 제시해 노조 측의 반발을 사고 있다.

임금 5% 반납과 연차 50% 사용을 합치면 기존 직원의 임금은 실질적으로 10% 정도 줄어드는 셈이다.

여기에 금융공기업들은 노조와 합의 없이 금융공기업들의 신입직원 초임 20% 삭감 방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반면 노조 측도 기존 직원의 임금 동결 방침을 고수하면서, 당초 긍정적이던 초임 삭감 방안에 대해서도 '불가'로 돌아섰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기존 직원의 임금을 2년째 동결하고 연차 사용을 권장해 새로운 인력을 충원하자는 데 어느 정도 합의를 보는 분위기였으나 최근에는 사측의 요구 수위가 높아져 협상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사측 관계자는 "노조 측이 임금 반납 등에 대해 난색을 표하면서 회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어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단 사측은 본격적인 휴가철인 8월 이전에 노조 측과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 안팎에서는 정부의 '일자리 나누기'에 동참하기 위한 임금 반납 등의 결론을 이끌어내기에는 시기적으로 늦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위기감이 연초보다 한층 완화된 터라, 고통 분담을 위한 임금 반납 등을 내세울 명분이 약해졌다는 이유에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올초만 해도 글로벌 경기 침체 등으로 임금 반납을 요구하기가 어렵지 않았으나 지금은 임금 반납 등을 거론할 분위기가 아니다"라며 "노사 양측이 임금 협상에 최종 실패하면 올해 금융권 임금은 자동 동결된다"고 말했다.

한편 노조 측은 임금 반납에 대해서는 합의하기 어려우나 연차 사용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미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등 일부 은행들은 별도 휴가제도를 도입해 휴가 사용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기자 indig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