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화 명가 에스콰이아가 옛 쌍용증권 인수 · 합병(M&A) 딜로 유명한 사모펀드(PEF) H&Q아시아퍼시픽코리아에 매각됐다. 이로써 1961년 고(故) 이인표 전 회장이 창업한 이후 가족 기업으로 성장해 온 에스콰이아는 반세기 만에 새 주인을 만나게 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H&Q는 최근 이범 에스콰이아 회장 등 오너 일가가 보유한 주식(87.5%)을 포함한 지분 100%(419만8305주)를 800억원 안팎에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했다. H&Q는 인수 작업을 이달 말까지 마무리한 뒤 다음 달 초 매각 사실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에스콰이아 관계자는 이날 "매각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확인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새 경영진 선임 작업도 마무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강제화와 함께 국내 제화업계 양대 산맥인 에스콰이아의 '50년 영욕'의 역사는 창업주인 고 이인표 회장이 1961년 문을 연 서울 명동의 33㎡(10평) 남짓한 작은 구둣방에서 시작됐다.

에스콰이아는 1970년대 '대통령이 신는 구두'로 이름이 알려지면서 가방,지갑 등 패션 잡화로 사업 영역을 넓혀 갔다. 1990년대 중반 매출 4000억원을 넘는 종합 패션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에스콰이아는 신용카드 버블이 꺼지기 시작한 2003년부터 경영이 급속도로 악화됐다. 지난해 매출은 2002년의 절반 수준인 1209억원으로 급감했다. 외환위기 이후 소비 시장이 위축되면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1994년부터 발행된 백화점 상품권과의 경쟁에서 밀려 구두 상품권이 30~40%씩 할인 판매된 것도 결정적 패인이 됐다. 최근에는 살롱화나 수입화 등에 밀려 유명 백화점에서 설 자리를 잃었다.

지난해 말에는 오너 일가가 보유한 지분 가운데 30%를 이랜드그룹에 넘기기로 방침을 정하고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도 했으나 가격 차로 무산됐다. 지난달에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명동 본점을 50년 만에 매각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여 왔다.

H&Q는 기업의 경영권을 인수할 때는 △자금난에 빠진 우량 기업을 인수한 뒤 △자금을 3~5년 정도 투입해 회사를 정상화하고 △다른 전략적 투자자(SI)에게 회사를 매각하는 전략을 구사해 왔다. 업계에서는 에스콰이아도 비슷한 절차를 밟아 몇 년 뒤 다른 패션업체에 매각될 것으로 전망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H&Q가 인수협상에 들어가기에 앞서 제화업을 비롯한 패션업 전반에 대해 충분히 '스터디'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에스콰이아의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린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송종현/안상미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