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소기업과 상공인 대출 전문 은행으로 파산 위기에 몰렸던 CIT그룹이 채권단으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는 데 성공,일단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들은 19일 CIT 이사회가 이날 밤 채권단의 30억달러 자금 지원안을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바클레이즈 주도로 마련한 지원안의 골자는 핌코 등 주요 채권 금융사가 단계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고 대신 CIT는 부채의 출자전환을 추진해 빚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초기 지원금의 이자는 연 10.5%다.

이에 따라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데 실패한 이후 채권단과의 협상에 주력해온 CIT는 20일 낼 예정이던 파산보호 신청 계획을 취소했다. 이번 협상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와 학자금대출 영업을 확대해 회사를 어려움에 빠트렸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제프리 피크 CIT 최고경영자(CEO)가 주도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30억달러의 지원금으로 CIT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갖는 사업 재구축을 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고 전망했다. CIT는 내년 말까지 신용한도 21억달러를 포함해 총 100억달러의 빚을 상환해야 한다. 때문에 채권단의 자금 지원과 별도로 출자전환 협상을 통해 빚 상환 부담을 덜어야 한다.

자산 규모가 760억달러인 CIT는 중소기업 100만여곳에 자금을 대출해주고 있으며,미 단기 매출채권 매매(팩토링)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대출 재원은 주로 시장에서 조달해왔다. CIT가 파산하면 760개의 제조업체와 30만개의 소매업체가 곤경에 처할 것으로 분석된다. CIT는 지난해 12월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해 23억3000만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았다. 하지만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채권 발행에 대한 보증을 거절하면서 극심한 자금난을 겪어왔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