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 전환사채(CB)가 부실기업의 상장폐지 모면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어 금융당국이 의무 CB의 발행을 사실상 금지하기로 했다.

의무 CB는 주식으로 전환 여부에 대한 채권자의 선택과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주식으로 전환되는 채권을 말하며,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때는 원리금 상환 청구권 자체가 없어진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상장기업 가운데 의무 CB를 발행한 기업은 총 43개사(유가증권시장 7개사, 코스닥시장 36개사)로 집계됐다.

이들 기업의 의무 CB 발행액은 2천769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43개사 가운데 81.4%에 해당하는 35개사(상장폐지 13개사, 상장폐지 절차 진행중 4개사, 관리종목 지정 18개사)가 상장폐지 또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부실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 CB는 부채로 잡히는 일반 CB와 달리 발행 즉시 자본으로 인정되는 점을 이용해 부실기업들이 상장폐지 모면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해 왔다는 것이 금감원의 시각이다.

금감원은 특히 의무 CB 발행은 한계기업들이 기존 채권을 갚기 위한 차환발행이 주를 이뤄 실질적인 재무개선 효과가 없었다고 진단했다.

대부분의 의무 CB 발행 기업들은 그동안 사모 방식의 발행을 통해 감독 당국의 규제를 피해왔다.

그러나 이달부터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에 따라 의무 CB를 사모 방식으로 발행해도 '주요사항 보고서'를 통해 의무 CB 발행에 대해 신고를 해야 한다.

금감원은 주요사항 보고서에 대한 정정명령을 통해 의무 CB 발행을 일반 CB로 전환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의무 CB 발행을 금지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또 그동안 의무 CB의 법적 근거에 대한 논란이 있었는데 최근 법무부에서 의무 CB는 상법상 채권으로 볼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혀 의무 CB의 법적 근거도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 이귀원 기자 lkw777@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