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기업들이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을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건설업체가 인수를 타진,해외 매각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대우건설 채권단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건설업체인 A사가 최근 매각주간사인 산업은행을 방문,대우건설 인수 의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이 회사는 미국 내 도급 순위 최상위권 업체로 해외 플랜트와 도로,발전설비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공 능력에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인정받은 대우건설을 눈여겨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대우건설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인수되기 전인 2004년 상반기에도 당시 최대주주였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인수 의사를 표명하는 등 이전부터 대우건설에 눈독을 들였으나 가격 등이 맞지 않아 인수에 이르지는 못 했다. 이 회사 실무 조사단의 산은 방문은 대우건설의 매각 주식 규모 등 구체적인 조건과 매각 일정 등 입찰 참여를 위한 사전 정보를 얻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 인수 · 합병(M&A) 전문가는 "매각 공고 이전에 조사단을 파견할 정도로 적극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이미 국내 대기업 등 잠재적 경쟁 업체의 인수전 참여 동향 등에 대한 정보 탐색도 진행 중이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산은도 해외 전략적 투자자(SI)는 물론 사모펀드 등에도 인수 자격을 주기로 하고 공동 매각주간사인 일본 노무라증권을 통해 해외 인수 가능 업체에 대한 수요 조사(태핑)를 진행 중이다.

포스코와 롯데 LG 효성 등 잠재적 인수 가능 후보들이 하나같이 인수 의사가 없다는 점을 공식화하고 있는 점도 해외 매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유력한 재무적 투자자 후보로 거론돼 온 국민연금도 김선정 기금운용본부장이 지난 17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투자설명회를 마친 뒤 "대우건설의 지분 인수에 참여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산은은 그러나 국내 대기업들의 외면이 인수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략적 측면이 강한 것으로 보고 이들과의 비공식 개별 접촉을 통해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채권단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분위기는 구매자가 주도권을 쥔 '바이어스 마켓(buyer's market)이지만 시장 조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며 일부 대기업은 인수 의사를 갖고 있음을 시사했다.

M&A업계에서는 결국 가격이 대우건설 인수전의 흥행 여부를 가름하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호 측은 주당 2만원 이상을 기대하고 있으나 매각 방침이 발표된 이후 주가가 1만3000원 선에 머무르고 있어 하반기 실적 호전에 따른 추가 상승과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더라도 주당 1만원대 후반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산은은 내달 중순 매각 공고와 함께 예비입찰을 거쳐 10월 말~11월 초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본실사를 거쳐 12월 말까지 본계약을 마무리짓는다는 계획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산은과의 재무개선약정에 따라 대우건설을 시장에 매물로 내놓았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