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제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선박이나 해양구조물의 물에 잠기는 부분을 도장하는 친환경 방오도료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따개비 해조류 등 수중 동 · 식물이 배에 들러붙는 것을 막아 환경을 지키면서 연료비도 줄여주기 때문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KCC,IPK,츄고쿠삼화,조광요턴 등 선박용페인트 업체들은 친환경 방오도료로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들 페인트는 환경에 유해한 휘발성유기화합물(VOC)의 발생량을 최소화했으며 독극물 성분도 들어 있지 않아 대기나 해양 환경을 보호한다.

선박에 해양 부유생물이 들러붙으면 철판이 부식되는 데다 해수면과의 마찰 저항도 커져 정상 출력으로 제 속도를 낼 수 없게 된다. 방오도료는 선박의 표면을 매끄럽게 해줘 따개비 등의 부착을 막아주는 한편 마찰 저항도 감소시킨다. 이로 인해 배의 속도가 상대적으로 빨라지는 만큼 연료비도 줄어드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배의 운항경비 중 연료비가 50%를 차지한다.

1970년대부터 썼던 방오도료는 유기주석(트리부탈틴)의 독성으로 인해 바다에 살던 굴,조개 등의 암컷을 수컷으로 바뀌게 하는 등 해양생태계에 피해를 초래했다. 이에 따라 국제해사기구(IMO)는 규제를 해오다가 지난해부터 사용을 전면 금지시켰다. 이런 가운데 페인트업체들은 보다 환경 친화적인 무독성 무기물질인 실리콘(Si) 계열 성분의 제품을 개발,잇달아 내놓고 있다.

KCC는 'Lo-Frick A/F 100'을 국내뿐만 아니라 유럽 10여개 선주사에 공급하고 있다. 이 제품은 화학물질에 의존해온 기존 제품과는 달리 실리콘 계열의 성분을 사용,선박 표면을 더 매끄럽게 해 수중 동 · 식물의 부착을 막아준다. 돌고래의 매끄러운 피부 유지 원리를 바탕으로 나노복합체 기술까지 접목한 차세대 친환경방오도료 'Lo-Frick A/F 2000'을 최근 개발,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IPK의 '인터슬릭 시리즈'는 한진해운,현대상선,고려해운 등 컨테이너선과 페리선 및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선 등 약 50척에 사용됐다. IPK 관계자는 "'인터슬릭 900'은 배가 정박된 상태에서도 방오 성능이 우수하며 기존 제품보다 약 6%의 연료비 절감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츄고쿠삼화의 '바이오크린 에코'는 발전소 등에서 바닷물을 끌어들이는 취수 부위에 물을 걸러주기 위해 설치된 철조망이나 배관망 내부에 해양생물이 들러붙는 것을 막아 준다. 회사 측은 이 페인트를 쓰면 최소 5년간은 물청소만으로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으며 해양생물 부착을 방지하기 위한 차아염소산 설비를 대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광요턴은 'AF SeaQuantum' 시리즈의 최신 제품인 'SeaQuantum Plus S'가 STX조선이 건조 중인 1만2400TEU급 컨테이너선을 포함해 모두 60여척에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도성 도료를 칠한 후 전류를 흘려 수중 미생물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