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일성 주석 사망 때인 1994년 못지않은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7일 '2009년 상반기 북한경제 동향' 보고서에서 "최근 북한이 처한 대내외 환경이 불안정해 경제적 어려움은 당분간 쉽게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며 이같이 분석했다.

KDI는 북한이 직면한 가장 큰 경제적 어려움으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조치를 꼽았다. 미국의 금융제재가 강화되고 유엔의 대북 경제제재가 본격화될 경우 대외 교역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예측이다. 대중(對中) 무역에 이어 두 번째로 비중이 큰 남한과의 무역이 개성공단 문제 등으로 위축되는 것도 북한 경제의 악재라고 지적했다. 올해 1~5월 남북 간 교역규모는 5억35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7억3420억달러)에 비해 27%나 줄었다.

대내적 상황도 좋지 않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 악화와 이에 따른 권력 승계 문제가 북한 경제의 커다란 악재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KDI는 "북한은 최근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천리마 정신이나 강제 노력동원 캠페인인 '150일 전투' 등 과거의 보수적 계획경제정책을 다시 펴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 정책은 효과를 보지 못할 뿐 아니라 물품거래시장 등 비공식적인 경제행위까지 차단해 결과적으로 주민들의 부담만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KDI는 이 같은 대내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핵문제가 해결돼야 하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전망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