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교역에서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특혜관세로 이뤄지는 비중은 50%를 넘고 있습니다. 한국이 미국 EU(유럽연합)는 물론 다음 달 서명할 인도와의 FTA를 모두 발효하더라도 한국의 교역에서 FTA로 이뤄지는 비중은 30%를 조금 넘는 수준입니다. "

한 · EU FTA 타결의 주역인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개방됐거나 FTA에 총대를 메고 나간다고 볼 수 없다"며 "FTA를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광철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겸 경제부장이 광화문 집무실에서 김 본부장을 만났다.


▼'사실상의 타결'에 대한 논란이 있다. EU 회원국들이 모두 동의하는데 문제는 없나.

"27개국 회원국과 EU집행위원회 고위인사들이 지난 10일 '133조 회의'를 열었는데,어떤 국가도 명시적으로 반대를 표명하지 않았다. 폭넓은 지지가 있었다. 우리에게도 이런 내용을 전해왔다.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하는 것은 법적으로 집행위 권한이다. 그래서 EU 의장국인 스웨덴과는 최종 합의안이 도출된 것을 환영한다는 수준에서 합의했다. 집행위도 사실상 타결이라고 확인했다. 협상이 끝난 것은 사실이다. "

▼회원국 가운데 특별히 주저했던 나라는 없었나.

"옛 동구권 국가들을 비롯한 10개국이 2004년 EU에 새로 들어왔다. 이런 나라들은 산업화가 진전된 한국과 모든 부문에서 관세를 없애는 것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일부 국가가 국내적으로 설명할 부분이 있다는 의견 표명이 있었지만 반대한 것은 아니다. "

▼한 · 미 FTA는 어떤 상황인가. 자동차 분야에 대한 미국의 불만이 계속 제기되는데.

"자동차에 대해 말들이 많은데 문제가 뭔지 모르겠다. 지난 5월에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 문제가 있다면 무엇인지 검토해서 제시해 보라고 했다. 아직까지 검토한 결과를 받은 바 없다. 분명한 원칙은 기왕에 합의한 내용을 고치거나 새로 쓰는 것은 안된다는 점이다. 미국도 이 점은 깊이 인식하고 있다. "

▼한국 시장에서 미국차의 경쟁력이 없는 게 문제 아닌가.

"대한민국 정부가 국민에게 차를 살때 이 차를 사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시장에 달려 있는 것이지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미국쪽에 혹시라도 우리가 교묘하게 장벽을 쌓고 있는 것이 있다면 얘기해 달라고 했다. 얼마든지 검토하겠다고 했는 데도 아직까지 그런 얘기가 없다. "

▼미국에서도 한 · 미 FTA 비준은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 같다. 비준시기를 예상할 수 있나.

" 커크 대표에게 시간을 갖고 검토한 다음 준비가 되면 의견을 달라고 했다. 비준은 결국 빨라야 6개월 빠른 것이고,늦어도 1년 정도 늦어지는 것이다. 양국간의 중요한 의제인 만큼 화급하게 처리할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 "

▼한 · EU FTA와 한 · 미 FTA가 비슷한 시기에 발효될 수도 있나.

"솔직하게 어느 FTA가 먼저 발효되면 좋겠다는 식의 우선순위를 정해놓지는 않고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 먼저 되던 간에 다른 FTA의 비준과 발효를 촉진하는 효과는 있을 것 같다. "

▼부품소재 분야에 강한 EU와의 FTA에 대한 일본의 관심이 큰 것 같다. 일본의 반응은 어떤가.

"일본이 많이 긴장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우리가 수입하는 일본산 부품들 가운데 수입액이 큰 품목에서 유럽산과 경쟁관계에 있다. 약 100개 품목을 살펴봤더니 70개 정도는 일본과 독일 등 EU 소속 국가들이 경합상태에 있다. 한 · EU FTA에서는 이들 70개 품목의 관세를 대부분 조기에 철폐하기로 합의했다. 8%의 관세가 없어지면 한국의 부품시장 판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 경쟁관계는 가격 인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우리에겐 유리한 상황이다. 독일도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했을 것이다. "

▼일본과의 FTA 협상은 언제쯤 재개될 것으로 보나.

"큰 방향에서는 FTA를 해야 한다는 데 양국이 동의하고 있다. 다만 과거 협상을 하다가 중단된 것인 만큼 재개하려면 중단된 원인에 대한 입장 차이가 좁혀져야 한다. 실무적인 논의가 더 필요하다. 학계 산업계 등에서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다. FTA로 무역역조가 개선돼야 하는데 그렇게 될 것인지에 대한 답이 아직 뚜렷하지 않다. 지금 상황에선 오히려 심화되는게 아니냐는 걱정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

▼동시다발적인 FTA로 개방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느끼는 국민들도 있는 것 같다.

"우리 경제는 부가가치를 만들어 외국에 수출해 성장했는데,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지 않나. 땅덩어리가 크고 농작물도 풍족하고,애써 교역 안해도 된다면 그런 인식이 있을 수 있는데,국민들 인식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미국 EU 아세안을 비롯해 다음 달 서명하는 인도와 FTA가 모두 발효되더라도 한국의 전체 교역에서 특혜관세로 교역되는 비중은 30%를 조금 넘는다. 전 세계 교역에서 FTA 하에서 이뤄지는 교역 비중은 50%를 넘고 있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수준으로 개방된 것이 아니다. 워낙 FTA에 지각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 해야 한다. "


정리=류시훈/사진=김병언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