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20위 은행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출에 특화된 CIT그룹이 끝내 파산보호를 신청하게 됐다.

CNBC방송은 CIT가 17일 중 파산보호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 정부가 CIT에 자금 지원을 하지 않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CIT는 15일 발표문을 통해 "정부 지원을 가까운 시일 내에 받을 가능성이 낮다는 조언을 받았다"며 "다른 대안을 모색해보겠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도 같은 날 "개별 기업에 정부가 예외적으로 지원하는 데는 아주 높은 문턱(threshold)이 있다"며 CIT에 별도 지원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미 재무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 관계당국이 CIT 지원을 포기한 이유는 눈덩이처럼 늘어나는 CIT의 부실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포사이트 인터내셔널의 자료를 인용해 CIT의 대출 연체율이 4.7%로 다른 대부업체 평균(2.8%)의 1.68배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자금조달 비용이 싼 예금보다는 기업어음 회사채 등에 의존하는 취약한 자금조달 구조도 미 정부가 지원을 포기한 이유로 지적된다. CIT는 자산 750억달러에 부채는 680억달러로,내년 3월까지 갚아야 하는 부채가 100억달러에 이른다.

WSJ는 CIT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부채 및 대출도 다른 금융회사와 연계성이 낮아 금융 시장에 큰 타격은 입히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의 송장을 담보로 단기 대출해주는 팩토링 프로그램에 어느 정도 충격을 줄지가 문제라고 전했다. '팩토링'은 주로 유통업체들이 이용하고 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