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차명주주에게 주권 발행됐어도 유효"
"실질주주 권리보다 거래안전 중시"

㈜종근당산업의 경영권을 놓고 이장한 현 회장의 가족들이 회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했다.

그러나 가족들이 해당 주식을 넘겨받는다고 해도 지분은 47.25%, 이 회장 측 지분은 52.5%여서 경영권에는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이번 판결은 차명주주에게 주권이 발행된 뒤 주식거래가 이뤄졌을 경우 실질주주의 권리를 중시할 것인지 거래의 안전을 존중할 것인지에 대한 법원의 첫번째 판단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21민사부(임성근 부장판사)는 16일 종근당 창업주 고(故) 이종근 전 회장의 부인 김모씨와 자녀들이 종근당산업 등을 상대로 낸 주주지위 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해당 주식 가운데 가족 상속분을 넘기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전 회장은 생전 자신의 차명주식 3만5천40주를 성모씨 등에게, 4만3천840주를 김모씨에게 명의신탁했다.

이 전 회장이 1993년 사망하면서 장남이 경영권을 취득하자 이 전 회장의 부인은 자신의 상속분 13분의3을, 나머지 4명의 자녀들은 각각 13분의2를 넘겨달라며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을 내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성씨 등의 명의로 된 3만5천40주는 이미 종근당산업으로 명의이전됐지만 김씨 명의 4만주는 홍모씨를 거쳐 현재 문모씨에게 넘어갔다.

이에 원고들은 "김씨가 해당 주식을 자신 소유라고 주장하며 개인채무에 대한 담보 명목으로 제3자에게 넘겼다는 주장은 이 회장 지시를 받아 허위로 꾸민 일"이라며 소송을 냈다.

원고들은 당시 43.5%의 주식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차명주식 7만8천880주를 모두 보유하게 된다면 전체 종근당산업 주식의 52.5%를 소유하게 돼 경영권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재판부는 성씨 등의 명의로 있다가 종근당산업으로 넘어간 3만5천40주 등에 대해서는 원고 소유로 봤으나 홍씨를 거쳐 제3자인 문씨에게 넘어간 4만주에 대해서는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주주의 권리(주권)는 본래 실질주주에게 발행돼야 효력이 있으나 이번 사건의 경우 명의신탁을 받은 김씨에게 발행됐고 정당한 과정을 거쳐 문씨에게 양도됐다"며 "거래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문씨에게 넘어간 주식을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홍씨는 해당 주식을 취득할 때 김씨가 주식을 처분할 권한이 없는 명의수탁자에 불과하단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홍씨와 김씨가 체결한 계약이 허위임을 인정할 수 없어 주권 승계 과정이 적법하게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의대여자에게 주권이 발행됐다고 해도 효력이 있고 제3자 역시 명의대여자로부터 주권을 취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이한승 기자 jesus786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