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혁신의 바람이 일 조짐이다.

근 6개월 간의 수장공백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뒤로 하고 16일 국세청장에 정식 취임한 백용호 신임 국세청장은 16일 `효율'과 `신뢰회복'을 개혁의 화두로 제시했다.

백 청장은 취임사에서 `작지만 효율적인 국세청'을 언급, 조직개편의 방향을 제시했고, 고위직의 변화를 강조해 조만간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 고위직 인사태풍 예고

백용호 신임 청장은 조기에 큰 폭의 인사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대대적인 인적쇄신을 예고한 것이다.

백 청장은 이날 취임사를 통해 직원들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강조하며 "특히 고위직의 잘못된 행동에는 더욱 국민이 실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 인사청문회에 이어 다시 한번 고위직의 변화를 거론한 것이다.

이는 간부진의 대대적인 교체로 해석된다.

국세청 내부적으로도 인사 수요가 누적돼 있다.

그동안 청장직을 대행해온 허병익 차장은 이미 사의를 표명했다.

행시 22회 동기인 이승재 중부청장과 김창환 부산청장도 간접적으로 퇴진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또 행시 23회 본청 국장들도 큰 폭의 자리바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여기에다 행시 24회로 이른바 `TK(대구.경북)' 출신인 이현동 서울청장이 본청 차장으로 기용되면 인사 폭은 더 커져야 한다.

지난달 말에는 광주청장, 대구청장, 국세공무원교육원장과 일부 세무서장 등이 명예퇴직했다.

또 서울청 조사2국장 등 일부 간부 자리도 아직 주인을 찾지 못했다.

이에 따라 신임 청장은 신속하게 인사를 단행해야 한다.

백 청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 시기에 대해 "결과가 나오면 알 것이다.

빨리 조직을 안정시키기 위해 적기에 할 것"이라고 말해 이미 복안이 마련됐음을 시사했다.

그는 "인사는 원칙과 기준을 정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실시하되, 학연, 지연, 줄대기, 인사청탁 등이 더 이상 국세청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해 대대적인 인적쇄신이 있을 것임을 짐작케 했다.


◇ 강력한 조직혁신도 예고

백 청장은 국세청이 나가야 할 방향으로 `작지만 효율적인 국세청'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 세계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작고도 강한 조직'을 추구하고 있으며 정부 부문도 예외가 아니라는 게 백 청장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국세청 내부에서는 벌써브타 조직이 상당히 축소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그동안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국세행정선진화 방안을 검토했고 이 중에는 지방국세청을 폐지해 조직구조를 본청-지방청-세무서 3단계에서 본청-세무서 2단계로 축소하는 방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본청과 6개 지방국세청, 전국 107개 세무서에 2만명 가량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 내부에는 지방청 폐지에 대해 거부감이 있다.

내부적으로는 본청-세무서 2단계 구조는 미국처럼 소(小)세무서를 통합해 대(大)세무서를 만드는 것으로 국내 실정과는 맞지 않다는 생각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방청이 폐지되고 세무서가 통합돼 숫자가 줄어들면 오히려 일반 시민이 세무서를 찾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혁신의 성패는 내부 반발을 어떻게 돌파하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의 내부 관행 및 문화 개선과 관련해서는 국세행정위원회를 통한 고강도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백 청장은 직원들의 비리를 감시할 외부 감독위원회를 `옥상옥'이라고 비판하면서 내부에 국세행정위원회를 설치해 국세행정 운영시스템을 개선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국세행정위원회는 국세행정 운용방향, 감사.감찰, 세무조사 기본원칙 수립, 납세자 권익보호 등 국세청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게 된다.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여 `권력기관'이라는 인식을 탈피하는 것이 방향이다.

백 청장은 `개혁은 직원들과 함께 하는 것'이라며 외부감독위원회 설치에 반대했다.

그리고 지방청과 세무서 통폐합에 대해서는 "조직축소가 개혁은 아니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으나 취임을 앞두고 내부 동요를 불식하기 위해 속내를 숨겼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백 청장은 직원들에게 "국세청의 변화에 대한 안팎의 기대가 매우 크며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많다"며 직원들에게 "변화를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고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상돈 기자 kak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