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비정규직 해고 사태가 과장됐다는 야당과 노동계,여당의 일부 주장에 대해 "현장을 모르고 하는 얘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장관은 15일 과천의 한 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기업들이 비정규직을 해고하더라도 다시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이 고용되기 때문에 총고용에 변화가 없다'는 이른바 '회전문' 효과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해고 이후 신규 채용을 안하는 사례가 많아 총고용은 감소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또 "비정규직들이 해고됐다가 설령 재고용되더라도 이전 회사에서의 비정규직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거나 또는 파견직으로 고용되는 등 고용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은 최근 비정규직 실직사태가 '대란' 수준이라는 기존의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지금 상황을 대란이 아니라고 하는 의견은 납득하기 힘들다"며 "시간을 두고 대란인지 확인해 보자는 것은 '생체실험'을 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동부에 따르면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용기간(2년) 제한이 적용된 이후 비정규직 6199명 중 4459명이 실직하고 174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됐다.

이 장관은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집행해 정규직 전환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노동계의 주장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지원금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 장관은 "기업들이 경영성과를 예측해 정규직 전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지,정부가 지원한다고 해서 해고 대상자들을 전환하지는 않는다"며 "정규직 전환을 이미 예정하고 있는 기업만 혜택을 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정규직 전환지원금은 고용유지지원금 등 다른 지원금과 달리 계약서를 조작하기 쉬워 부정수급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결국 효율성이 적고 예산만 낭비하게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근본적 해결책 없이 사용기간만 늘리자고 고집한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현재 1만개 수준인 '100인 이상 근로자 보유 기업'이 3만개 정도 돼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정규직으로 흡수될 수 있다"며 "경제규모 확대로 고용을 늘리기 전에 법을 통해 기업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이 장관은 "결국 고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노동부의 개정안이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이 장관은 최근 실업급여 증가로 고용보험기금이 감소하자 경기상황에 따라 내년에는 고용보험료가 인상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 장관은 "고용보험기금이 바닥나더라도 추가 예산이 편성되므로 실업급여를 주지 못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는다"며 "당장 고용보험기금 감소에 대해 우려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하지만 기금이 안정 수준(전년도 지출액의 1~1.5배) 밑으로 떨어지고 내년에도 경기상황이 안 좋다면 근본적 방안을 강구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