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올해 투자예산을 연초 계획보다 12% 늘어난 1조8000억원으로 수정,신사업 분야에 집중 투입하기로 했다.

한화는 15일 서울 장교동 사옥에서 김승연 회장(사진)과 계열사 대표이사 등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하반기 경영전략회의를 열고 이 같은 계획을 확정했다. 김 회장은 "각 계열사가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열심히 노력한 결과 상반기 좋은 실적을 거뒀다"며 "하반기에는 태양광,바이오사업 등 미래성장을 담보할 수 있는 신성장 동력을 개척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반기 실적,목표치 초과 달성

한화는 이날 회의에서 지난 상반기 실적이 '기대 이상'이었다는 평가를 내렸다. 상반기 매출은 15조6654억원,세전이익은 6467억원으로 당초 계획보다 매출 5100억원,세전이익 2700억원을 초과했다. '일등공신'은 한화석유화학이다. 중국의 내수경기 부양 정책에 따른 석유화학제품 수출 증가와 환율 상승의 호재를 맞아 세전이익만 올해 계획 목표(600억원)보다 1900억원을 더 거뒀다. 매출은 1조4730억원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1564억이 더 많았다.

이 같은 실적 호조로 한화그룹의 부채 비율도 작년 말 기준 160%에서 상반기엔 149%로 떨어졌다. 한화는 올해 전체 실적 목표도 상향 조정,매출 32조954억원 및 세전이익 1조659억원을 달성한다는 수정안을 제시했다. 연초 계획 대비 매출 661억원,세전이익 3043억원을 높여 잡은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예상을 넘어서는 실적을 낸 것은 올해 초 사업구조,수익구조,조직구조,기업문화 등 '신성장동력 확보 4대 혁신과제'를 설정해 강력한 경영 혁신을 추진한 결과"라며 "상반기 중 축적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하반기에는 성장동력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신성장동력 사업 투자 본격화

한화는 올해 1조8000억원,내년과 2011년에는 4조7000억원을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3년간 투자비를 합치면 총 6조5000억원에 이른다. 김 회장은 유도무기 등 전략무기 개발과 태양광 사업에 대한 효율적인 투자를 당부하는 한편,대한생명의 전사적 혁신도 주문했다.

한화는 우선 중국과 중동 지역에 짓기로 한 석유화학공장 건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한화석유화학은 최근 중국 닝보에 PVC 공장을,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지역에 연산 32만5000t 규모의 폴리에틸렌(PE) 공장을 각각 건립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태양광 사업 투자도 가속화할 방침이다. 울산에 연산 30㎿ 규모의 셀(태양전지) 제조공장을 완공해 시험가동 중인 데 이어 태양광 사업 수직계열화를 위해 해외 폴리실리콘(태양전지의 핵심 소재) 기업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한화석유화학은 충북 오송생명과학단지에 1단계로 305억원을 투자해 대규모 바이오 항체치료제 사업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다. 한화석유화학 중앙연구소 바이오센터는 이미 2006년 류머티즘,관절염 치료제(HD203) 개발에 성공했으며 임상테스트를 거친 뒤 본격 상업생산에 착수하기로 했다. 한화는 이 밖에도 연구개발에 1200억원,계열사별 시설 현대화 사업에 2000억원 등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