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해외 기업 인수 · 합병(M&A)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다. 베트남 철강업체인 아시아 스테인리스(ASC)를 첫 타깃으로 잡은 데 이어 인도네시아 호주 등의 회사 인수 협상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철강업계의 판도 재편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포스코는 즉각 동원할 수 있는 현금성 자산만 5조원이 넘는 '큰손'이다. 마침 시장에는 매물이 넘쳐난다. 작년 하반기 이후 이어진 철강시장 불황 탓이다. 마음만 먹으면 집어 삼킬 수 있는 철강업체들이 널렸다.

◆베트남, 동남아 공략 교두보로

포스코는 우선 아시아 스테인리스를 축으로 베트남 철강시장부터 장악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 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연간 15만t 규모의 스테인리스 생산설비를 확보하는 건 물론,베트남 최대 유통망까지 거머쥐게 된다.

베트남에서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와의 시너지 효과도 크다. 포스코는 올 9월께 베트남에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의 냉연공장을 준공한다.

냉연제품 70만t과 고급 건자재용 소재인 냉간압연강대 50만t 등 연간 120만t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2단계 투자를 통해 2012년까지 연산 300만t 규모의 열연공장도 건설할 방침이다. 장기 과제로 추진 중인 일관제철소까지 지어지면 베트남 내에 '쇳물→열연강판→냉연강판→스테인리스'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 구도가 완성된다. 베트남을 동남아시아 철강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스테인리스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높아질 전망이다. 포스코는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에서 70만t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최근 대한ST(연간 20만t)를 인수해 생산능력을 연간 90만t으로 늘렸다. 베트남 공장까지 합치면 스테인리스 냉연제품 생산능력은 연간 100만t을 넘어선다.

◆해외공략,이제부터 시작

포스코는 2000년대 초반 한 번의 기회를 놓쳤다. 미국 철강회사 US스틸 등의 인수를 검토했지만 여러 사정으로 포기했다. 포스코가 우물쭈물하는 사이 인도 철강기업 아르셀로미탈은 발빠른 M&A로 덩치를 키워 세계 1위로 올라섰다. 포스코 내부에서는 지금도 그때의 선택을 아쉬워하는 목소리가 많다.

해외 기업 인수에 소극적이던 포스코에 새 바람이 분 것은 올해부터.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취임 직후인 지난 2월 주주 총회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M&A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실무진들은 그동안 쌓아놓았던 서류 뭉치를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몇몇 기업이 곧바로 물망에 올랐다. 구체적인 검토 단계로까지 무르익은 프로젝트가 꽤 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철강회사들도 덩치 키우기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규모의 경제 효과를 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철강업체 인수와 함께 광산 투자 계획도 차근차근 진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수출입은행과 해외 자원개발사업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금융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제를 갖췄다. 이달 들어서는 한국광물자원공사와 해외 광산투자를 위한 상호 협력 방안도 마련했다.

◆실탄은 충분하다

포스코는 작년 한 해 대우조선해양을 사들이기 위해 자금을 끌어모았다. 결국 인수에 실패하긴 했지만 쌓아둔 돈은 고스란히 남았다. 현금으로 동원할 수 있는 자금만 5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초 5000억원 규모 회사채와 7억달러의 해외사채도 발행해 현금성 자산을 더 늘렸다.

회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와 내년 초를 가장 적절한 M&A 시기로 보고 현금성 자산을 대폭 늘렸다"며 "해외 잠재매물 가격이 예년의 20~30%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계산하더라도 자금을 동원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석/장창민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