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 “월가 일부 금융사의 실적 호전에도 불구하고 미 금융산업은 응급실에서 나온 만성질환자라고 할 수 있다”

신현송 미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는 14일(현지 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주미한국상공회의소(코참)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 “금융이 아직 실물 경제 성장을 제대로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점에서 금융위기가 끝났다고 볼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골드만삭스가 2분기 34억달러 이상의 깜짝 실적을 발표한 데 대해 “전통적인 은행업이 아닌 시장 중심의 영업에 의존해 수익을 낸 것”이라고 평가한 뒤,“월가 금융사들이 실물 경제에 어느 정도 도움을 주고 있는지,사회적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따져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1980년대 이후 800배 급신장한 증권부문의 30년 거품이 해소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투자은행 중심의 금융사들이 계속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이는 주식중개와 도매금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서 골드만삭스의 2분기 실적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입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신 교수는 금융시장이 아직도 어려움을 겪는 요인으로 자동차 신용카드론 등 소비자금융의 증권화 시장이 풀리지 않고 있는 점을 꼽았다.또 상업은행들이 대출을 꺼리는 현상도 해소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그는 “상업은행은 대출을 하기보다 위험회피차원에서 현금을 중앙은행에 예치하고 대신 중앙은행이 금융 중계 기능을 떠맡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가계 부문에서도 앞으로 상당 기간 디레버리지(차입 축소)를 통한 불균형 해소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미국 가계는 주택 가격이 상승했을 때 2차 주택담보대출(홈 에쿼티 론)을 통해 자동차를 매입하거나 주택을 개량하는 데 쓰면서 빚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이런 요인때문에 앞으로 경기가 회복된다고 해도 예전같은 호황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신 교수의 전망이다.미 달러가치도 위기 때는 높아질 수 있지만 재정 적자로 장기적으로 약세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출구전략(exit strategy)에 대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정책에 따라 늘린 자산을 정리하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기업어음(CP) 매입 등 대부분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은 만기가 되면 저절로 해소되는데다 모기지증권(MBS) 등 장기채권은 시간을 두고 서서히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금리 인상 시점인데,신 교수는 “경기 회복을 염두에 둔 통화정책에 비춰볼 때 FRB가 조만간 금리를 올릴 것이란 예상은 FRB의 기능을 잘못 인식한 결과”라고 지적했다.상당수 월가 경제 전문가들은 FRB가 대차대조표상 늘어난 자산을 상당히 줄인 후인 내년 말께 기준 금리를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밖에 신 교수는 금융위기를 관리하기 위해선 중앙은행이 거시 감독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그는 “그동안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관리에만 집착하는 과정에서 금융 시스템 위기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는 게 금융위기의 교훈”이라며 “금융시장의 변화를 선제적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중앙은행이 거시감독을 갖는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은행이 거시감독을 맡더라도 다른 감독기구의 기능이 박탈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번 기회를 놓치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