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의 구조조정이 빠르게 진척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업의 미래는 자동차부품산업의 회생 여부에 달려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 분석했다.

58만7천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지난해 매출 규모가 1천390억달러인 미국 자동차부품업계는 자동차회사들의 잇단 감산 조치로 지난해 수익이 4.3% 감소하는 등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자동차부품회사 리어는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지난주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지난 13일에는 노조와 마찰을 빚고 있는 텍사스주(州) 알링턴 공장에 유급 직원들을 항공편으로 긴급 투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채권자들과 일부 채무 계약을 수정한 아메리칸 액슬 앤드 매뉴팩처링 홀딩스도 조만간 파산보호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밖에도 TRW 오토모티브 홀딩스, 테네코, 쿠퍼 타이어 앤드 러버 등의 부품회사도 경영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자동차부품업계의 100억달러 추가 지원 요청을 거절하는 등 부품업계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미국 정부가 올해 초 내놓은 50억달러 지원 계획도 자동차부품업체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너무 커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자동차부품업계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주로 GM과 크라이슬러 등 정부 지원을 받은 자동차회사가 부품회사를 지원하는 간접 지원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대해 JP모건 체이스의 애널리스트인 히맨슈 페이틀은 미국 정부가 "자동차부품회사의 파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자동차 태스크포스(TF) 특별보좌관을 지낸 스티븐 래트너도 자동차부품업계에 대해서는 "시장이 작동하고 있다"며 "우리는 모든 기업과 산업 부문을 다 도와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자동차 부품 공급 기반이 2중, 3중으로 얽혀 있어 거대 부품회사의 도산이 다른 회사들의 연쇄 도산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가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자동차회사를 통한 간접 지원 방식에 대해서도 GM과 크라이슬러 등이 경쟁사와 관련된 부품회사 지원을 회피할 수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의 외국 자동차회사를 대변하는 국제자동차제조업체협회(AIAM)의 마이클 스탠턴 회장은 "우리의 경쟁사들이 지원 대상 부품회사를 정하는 것은 경쟁에 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ljglor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