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미묘한 시각차가 '2가지 혼선' 불렀다
스웨덴 정보통신 기업인 에릭슨의 한국 투자와 한 · 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 두 가지 사안을 놓고 막판 혼선이 빚어졌다. 에릭슨의 투자와 관련해선 구체적 규모가 논란의 소재가 됐으며 한 · EU FTA는 최종 합의안이 마련된 것을 두고 타결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우리 측과 EU 측이 시각차를 보인 것이다.


◆에릭슨 투자 규모는?

청와대는 지난 12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한스 베스트베리 에릭슨 회장의 면담과 관련,"에릭슨의 계획에 따르면 향후 5년간 한국에 15억달러(약 2조원)가량을 투자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냈다.

이에 따라 언론은 에릭슨의 15억달러 투자를 기정사실화하는 기사를 썼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FT)는 13일 "에릭슨이 '그런 약속을 한 적이 없다. 황당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비외른 알덴 에릭슨코리아 사장은 FT와 인터뷰를 갖고 "에릭슨이 한국의 4세대 무선통신 기술에 투자할 의향이 있는 것은 맞지만 구체적인 투자 규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알덴 사장은 "투자 규모가 얼마나 커질지는 전적으로 얼마나 많은 투자 기회가 열려 있는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FT는 "에릭슨의 최고경영진은 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투자와 관련한 확정적인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14일 "면담 전날인 11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베스트베리 회장을 만났을 때 '인력 1000여명 규모의 R&D센터를 둔다는 계획이 금액으로 어느 정도 되느냐'고 실무자가 묻자 베스트베리 회장이 '확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시장 상황에 따라 15억달러도 될 수 있고 20억달러도 될 수 있다'고 답변해 이에 기초해 대략적인 예상 규모를 적시했다"며 "이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언급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의 순방에 맞춰 성과를 내기에 급급하다 보니 이런 논란이 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 · EU FTA 타결이냐 아니냐

한 · EU FTA와 관련,최종 합의안이 도출됐다는 점에 대해선 양측 모두 이견이 없지만 과연 어느 시점을 타결로 보느냐가 관건이다.

이 대통령은 13일 EU 의장국인 스웨덴의 프레드릭 라인펠트 총리와 가진 기자회견에서 "두 정상은 협상의 잔여 쟁점에 대한 최종 합의안이 마련된 점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라인펠트 총리는 "지난주 큰 진전이 이뤄졌지만 EU 내에서 협정을 최종적으로 할 때는 여러 회원국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 여러 난제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측은 합의안 마련을 사실상 타결로 규정짓고 있는 데 반해 라인펠트 총리는 가서명 절차가 끝나야 타결로 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스웨덴 총리의 얘기는 협상에 대한 것이 아니라 서명 절차에 대한 얘기였다"며 "EU 집행위도 협상 종료를 회원국에 설명했다. 더 이상 협상은 없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협상 타결은 법률적으로 의장국이 아닌 EU 집행위원회의 소관이다. 그래서 이 대통령은 최종 합의안이 도출된 것을 환영한다는 말로 사실상의 협상 타결을 언급했다"며 "라인펠트 총리의 발언은 일부 EU 회원국이 국내 설득을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 점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홍영식/류시훈/김동욱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