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이 중소기업청과 공동 발굴한 22개 '한국형 히든 챔피언'의 공통점은 글로벌화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시몬느를 비롯해 노브랜드 다다C&C 한세실업 씨에스윈드 휴맥스 아이디스 등은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히든 챔피언에 올라섰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니트 및 청바지 제조업체인 노브랜드는 1994년 설립돼 미국 전역의 유명 백화점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약 2600억원.전량이 수출된다. 1985년 세워진 스포츠 모자 전문 업체 다다C&C는 연간 약 5000만개의 스포츠 모자를 공급하는 회사로 유명하다. 세계시장의 45%를 장악하고 있다.

한세실업도 매출의 100%를 수출로 얻고 있다. 미국 캐주얼 브랜드 갭과 아베크롬비,아메리칸 이글 및 나이키에 연간 약 6000억원어치를 납품하고 있다.

씨에스 윈드는 세계 3대 풍력발전기 생산업체인 베스타스,지멘스,가멘사 등에 풍력타워를 전량 납품하고 있다. 연 매출은 약 1억달러에 달한다. 디지털 위성 송 · 수신기로 연간 6억달러어치를 수출하고 있는 휴맥스와 DVR(디지털 비디오 레코더)로 약 7000만달러어치를 팔고 있는 아이디스는 OEM(주문자 상표부착생산)을 넘어 자체 브랜드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데 성공한 기업들이다.

이들 히든 챔피언은 철저한 글로벌화 전략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했다. 그렇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나 금융권의 제도적 지원은 미미했다. 창업자의 시장 정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끈기만으로 세계 시장에 우뚝 섰다고 할 수 있다.

이들과 같은 히든 챔피언을 더 많이 육성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다다C&C와 시몬느 관계자는 "세계 3대 디자인 스쿨인 미국의 파슨스,FIT,로드아일랜드 졸업생의 30% 이상이 한국 사람인데 아직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가 하나도 없는 것은 한국의 브랜드 인지도가 얼마나 낮은지를 방증하는 것"이라며 "스타 디자이너를 대거 육성할 수 있는 교육이나 디자인 개발에 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게 되면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챔피언 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세금을 낮춰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한 기업 관계자는 "홍콩 등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법인세율(24.2%)을 유지하면서 기업의 성공을 기대하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정부가 말로만 히든 챔피언을 육성한다고 하지 말고 세제 등을 통해 기업들의 글로벌 진출 기반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하영춘 산업부 차장(팀장),손성태 과학벤처중기부 차장,김현예 산업부 기자,임기훈 과학벤처중기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