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EU FTA 타결] 5대 교역국 중 3곳과 '경제동맹'…'동시다발 FTA' 가속도
한국과 유럽연합(EU)이 13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타결함에 따라 한국은 5대 교역 대상 가운데 미국 아세안을 포함한 3곳과 무역장벽을 허무는 경제동맹을 맺게 됐다.

한국은 이로써 2004년 칠레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6곳과 FTA를 타결 또는 발효했고,인도 캐나다 등 7곳과는 협상을 진행 중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부터 진행된 동시다발적 FTA 추진 전략이 성과를 이어가면서 대외무역을 기반으로 성장해 온 한국이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일본과는 국장급 실무협의를 시작했고,중국과는 산 · 관 · 학 공동연구를 끝낸 상태다. 하지만 정부는 주요국과의 FTA가 타결된 만큼 신중하게 이들 국가와의 협상 개시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세계 인구 50% 이상과 자유무역

한국이 다른 나라와의 FTA를 국가 전략으로 삼은 것은 1998년 말이다. EU와의 협상 타결은 '대외무역을 통한 생존'이라는 절대과제 앞에서 정권을 이어 FTA를 강력히 추진해온 결실이다.

시발은 칠레였다. 한국은 2004년 칠레와의 FTA를 발효함으로써 개방경제를 추구하는 국가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던졌고 이후 참여정부에서 극심한 찬반 논란속에 한 · 미 FTA를 추진, 2007년 4월 타결에 성공했다. 3대 교역대상인 아세안과는 2007년 6월 상품협정을,2009년 5월엔 서비스협정을 발효했으며 지난달엔 투자협정에 서명해 FTA를 완성했다.

이어 2년2개월여의 끈질긴 협상 끝에 EU와도 FTA를 타결해 한국은 이제 미국 EU와 FTA를 체결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인도 캐나다 멕시코 페루 호주 뉴질랜드 GCC(걸프협력기구) 7곳과는 공식협상을 진행 중이다.

특히 브릭스(BRICs)의 하나인 인도와는 지난 2월 가서명을 마치고 정식 서명 절차만 남겨두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인도도 이르면 8월 초쯤 (우리와 FTA에) 서명하게 되고 미국까지 비준하면 지구 인구의 50% 이상 차지하는 국가들과 자유무역을 하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중국과는 '신중모드'

5대 교역 대상 가운데 남은 곳은 이제 일본과 중국이다. 양국과의 FTA에 대한 논의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다만 한국과 일본은 정상 간 합의에 따라 실무협의를 벌이고 있으며,중국과는 실무협상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과 중국은 미국 및 EU와 상황이 다르다"며 "여건이 성숙되지 않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협상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한국이 미국 및 EU와의 교역에서는 상당한 무역흑자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일본과는 해마다 무역적자폭이 확대되는 등 FTA 체결시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국내 산업계도 "일본이나 중국과의 FTA는 신중해야 한다"며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특히 중국과의 FTA에서는 농산물 개방문제가 대두될 것이 확실한 만큼 섣불리 협상에 나섰다가는 큰 사회적 갈등과 국력낭비를 자초할 수도 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정부는 이미 체결된 FTA에 대한 발효 절차를 서두르는 데 집중해 세계 경제위기 이후 회복기에 자유무역을 통한 결실을 극대화하는 데 통상정책의 우선순위를 둘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협상을 벌이고 있는 곳과의 FTA도 국내 경제에 영향이 크지 않은 만큼 협상에 속도를 낸다는 전략이다.

정부 관계자는 "EU와의 협상 타결은 보호무역주의 배격에 대한 의지를 과시한 것에 더해 국가 신인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