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은행들에 고정금리 대출을 늘릴 것을 유도하고 있다. 향후 시중금리가 높아질 경우 대출을 받은 가계의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때문이다. 하지만 은행들이 반발하고 있어 고정금리 대출이 늘어날지는 불투명하다.

권혁세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은 "양도성예금증서(CD)금리가 워낙 낮아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지 않은 상황이지만 경기 회복이 가시화해 금리가 상승한다면 이자부담이 급격히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은행들에 고정금리 대출이나 금리 상한 대출 상품의 판매를 늘리도록 지도할 계획"이라고 13일 말했다. 이는 최근 주택담보대출이 늘어나는 가운데 여전히 CD 금리를 기준으로 한 변동금리 대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등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CD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2.41%)이 수개월째 계속되고 있지만 향후 경기 회복과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우려다.

은행들은 CD금리가 급락하자 신규 주택담보대출 고객에게 가산금리를 3%포인트 이상 붙이고 있다.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은행들은 1%포인트 안팎의 가산금리를 적용했지만 수익성 악화를 우려해 가산금리를 높였다.

주택금융공사가 지난달 29일 국민 우리 신한 하나 SC제일 등 5개 은행 지점을 방문해 조사한 결과 하나은행(2.79%포인트)을 제외한 모든 은행이 3%대의 가산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CD 금리가 오를 경우 대출 이자가 급격히 늘어나 가계 부담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금융감독원도 은행들의 금리변동 위험을 낮추는 차원에서 변동금리 대출 비중을 낮출 것을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변동금리 대출은 3개월마다 금리를 조절하지만 정기예금 금리 등 조달금리의 경우 1년짜리 조달이 많아 기준이 되는 CD금리가 낮아지면 은행의 수익성을 악화시킨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고정금리 대출을 늘리려고 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낮은 금리의 변동금리 대출을 찾고 있다"며 "은행들이 고정금리를 강요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의 부행장은 "이제까지 은행들이 CD금리 하락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을 겪어왔는데 이제 CD금리가 올라가려 하니 고정금리로 대출하라고 한다면 은행들은 어디에서 돈을 벌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편 7월 들어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농협 등 6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 9일 기준 211조5759억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1524억원 늘어난 데 그쳤다. 올 들어 월 평균 3조원 이상 늘어난 것에 비하면 크게 줄어든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7~8월은 통상 주택시장의 비수기여서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도 둔화되는 경향이 있다"며 "정부가 관련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은행들도 실수요자 위주로만 대출 영업을 펼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현석/유승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