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 순위(자산 기준) 20위인 CIT그룹의 파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안정세를 되찾아가던 금융 시장에 얼마만큼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상 소액대출이 주력인 CIT그룹이 스카덴,아스프,슬레이트 등 파산 전문 법률사무소(로펌) 4곳과 계약을 맺는 등 파산보호 신청 준비에 들어갔다고 11일 보도했다.

CIT그룹은 총자산 750억달러(약 96조4000억원)로 미국에서 20번째로 큰 은행이며 100만달러 이하의 소규모 금액을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출해주는 데 특화돼 있다. 95만여개에 달하는 중소기업과 거래하고 있으며,특히 대형 금융사가 기피하는 소상공인에도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CIT는 지난해 11월 미 정부로부터 23억3000만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받기도 했다.

CIT는 경기침체로 인해 지난 1분기까지 8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CIT는 대출자금을 예금이 아닌 기업어음이나 회사채 등으로 대부분 조달해왔으며,2007년 하반기부터 신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왔다고 WSJ는 설명했다. CIT의 부채는 총 680억달러에 달한다. 이 가운데 8월 중순까지 10억달러를 상환해야 하지만 정부의 도움 없이는 자금 조달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WSJ는 전했다.

CIT는 지난 1월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정부가 회사채 발행 보증을 서주는 한시적 유동성 보장 프로그램(TLGP)을 신청했으나 FDIC는 CIT의 부실 규모가 지나치게 큰 데다 정확한 규모도 알 수 없어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WSJ는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CIT의 움직임이 FDIC를 압박하기 위한 제스처라는 분석도 있다. CIT가 파산할 경우 미 경제에 미칠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로펌 선임에 대해 "정부 당국을 다급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면서 "정부는 (자금 지원에 대해) 절대 '노(No)'라고 말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CIT가 파산하면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이후 첫 대형 금융사 파산이 될 전망이다. 올 들어 파산한 은행은 지난 10일 문을 닫은 뱅크오브와이오밍(와이오밍주)을 포함해 53곳으로 모두 소규모 지방은행들이다.

한편 AP통신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 △신용카드 연체율 급등 △기업 파산 증가를 향후 미 금융시장이 넘어야 할 세 가지 암초라고 지적했다. 실업률이 26년 만에 최고치인 9.5%를 기록하고 얼어붙은 가계소비 등 실물경기가 워낙 안 좋아 금융사 부실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AP는 설명했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