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단계적인 관세 철폐로 수혜가 예상되는 국산품은 자동차,LCD TV,고기능 휴대폰 등이다. 유럽산 명품 · 와인 · 위스키 · 삼겹살 등의 수입 관세도 낮아져 국내 판매 가격이 떨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화학,기계류 분야는 위협 요인이다.


◆자동차 · 전자 '화색'

독일에서 판매 중인 현대자동차 'i30'(1.6ℓ 디젤형)의 가격은 1만5000유로다. 한 · EU FTA 발효로 3년 안에 10% 관세가 사라지면 차값은 1만3000유로대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폭스바겐 '골프(Golf)',도요타 '야리스(Yaris)'의 동급 모델이 각각 1만6000유로,1만5500유로에 팔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실한 가격 우위를 갖는다.

유럽산 수입차 가격도 낮아질 전망이다. 수입되는 유럽차가 대부분 1.5ℓ급 이상이라 발효 후 3년만 지나면 관세가 사라진다. 국내 판매 가격이 1억2990만~2억5990만원인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8%를 물어온 관세가 폐지돼 1억1950만~2억3910만원까지 가격이 낮아진다. 한 대 값이 많게는 2000만원 이상 싸지는 셈이다.

전자제품(반도체 제외)도 전반적으로 수혜가 예상된다. EU가 TV 기능을 갖춘 LCD 모니터,동영상 송 · 수신이 가능한 3세대 휴대폰 등 일부 컨버전스(융합) 제품을 가전제품으로 간주해 부과하는 10% 안팎의 관세를 피할 수 있게 된다.


◆화학 · 기계 '긴장'

지난해 EU와의 무역에서 25억달러의 적자를 낸 화학업종(정밀화학,석유화학)은 관세 철폐를 무조건 반길 처지가 아니다. EU는 바스프,셸,바이에르,토탈 등 세계 30대 화학 기업 가운데 13개를 보유한 '화학 제국'이다. 정밀화학 분야에서 한국의 관세율이 6.87%로 EU(4.5%)보다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의약,화장품 · 향료,농약도 비상이다. 유럽산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평균 35%가량에 달해 양측 관세가 철폐되면 한국 측 타격이 더 클 수 있기 때문이다. 기계산업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평균 관세율(6.8%)이 EU(2.0%)보다 높다.


◆유럽산 명품 와인 값 인하

유럽산 명품 · 와인 · 위스키 · 삼겹살 등의 소비재 가격도 내려갈 전망이다. 협상 발효시 와인(관세율 15%)과 의류(8~13%) 관세는 즉시 철폐되고,가방 · 구두(13%),색조화장품(8%),위스키(20%)는 3년 내,기초화장품(8%) 5년 내,냉동 돼지고기(삼겹살 · 25%)는 10년 내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이다.

협상 발효 즉시 무관세가 적용되는 유럽산 와인은 13% 정도의 소비자 가격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91만3000원짜리 프랑스 와인 '샤토 무통 로쉴드(2004)'는 12만원가량 내린 79만원대,12만3000원인 이탈리아산 '피오체 사레 바롤로'(2003)도 1만6000원가량 인하된 10만7000원에 살 수 있다. 12년산 스카치 위스키(출고가 2만3000원)는 협상이 발효되면 출고가가 2만~2만240원으로 12~13% 낮아진다. 돼지고기도 현행 20%의 관세가 5~10년 내 단계적으로 없어지면 현재 ㎏당 5700원 선(도매가)인 유럽산 삼겹살이 5400원으로 300원 정도 낮아진다.

유럽산 명품은 품목별로 가격 인하 효과가 제각각일 것으로 전망됐다. 의류 · 가방 · 구두 · 화장품 등은 8~13%의 관세가 없어지면서 현재 가격 대비 평균 7~10%가량 낮아진다.

박동휘/안상미/최진석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