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경기침체기를 맞아 금욕과 절제를 강조한 칼뱅주의(Calvinism)가 부활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은 지난 10일 칼뱅 탄생 500주년을 맞은 가운데 네덜란드를 중심으로 칼뱅주의를 바탕으로 한 정치윤리와 생활방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서 출생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활약한 장 칼뱅(Jean Calvin)은 독일의 마르틴 루터와 더불어 16세기 종교개혁의 양대 산맥을 이룬다. 그는 직업소명설과 청교도주의를 바탕으로 한 칼뱅주의를 완성했다.

BBC는 얀페터 발케넨데 네덜란드 총리가 네덜란드의 칼뱅주의 부활에 앞장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칼뱅교도임을 공언하고 엄격한 도덕성과 절도 있는 규범을 중시한 정치를 펴고 있다. 발케넨데 총리는 올초 한 연설에서 "현재의 경제위기는 돈에 대한 집착과 탐욕,사회 전체를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가 초래한 도덕성의 위기"라며 "칼뱅은 사회에 강력한 도덕적 받침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BBC는 "네덜란드 전체 인구 가운데 28%가 천주교 신자이고 개신교도는 19%에 불과하지만 올 들어 암스테르담 홍등가의 매춘과 마약 소지 및 복용에 대한 규제가 이전보다 더욱 까다로워졌다"며 "이 같은 변화의 원인을 네덜란드의 칼뱅주의 확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네덜란드 일반인들도 칼뱅주의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덜란드 종교개혁의 중심지인 중부 도르드레흐트의 한 교회가 마련한 '칼뱅과 나'란 주제의 전시장에는 매주 수천명의 방문객이 찾아 칼뱅주의를 되새기고,칼뱅을 소재로 한 머그잔과 초콜릿 포도주 등 기념품을 구입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지난 3월 '지금 세계를 바꾸고 있는 10대 아이디어' 중 하나로 신칼뱅주의를 꼽았다. 신칼뱅주의는 16세기 칼뱅주의를 오늘의 세계에 적용하려는 시도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