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부동산이 다른 나라와 달리 별로 안떨어졌는데 이 수준에서 더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실물 부문 경제회복 강도는 그렇게 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총재와의 문답.

--부동산이 강남에서 상승한 뒤 시차를 두고 강북 등 수도권으로 오름세가 확대되고는 했는데, 이번에도 이런 트렌드가 이어지나.

▲ 최근 수도권 일부 지역의 주택, 아파트 가격 상승 현상에 대해 보자면, 작년까지 5∼6년 간 수도권지역에서는 주택가격이 많이 상승했다.

그 과정에서 가계의 부채도 많이 늘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주택가격이 너무 많이 떨어져서 여러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작년 9월 이후 몇 달 동안 주택가격이 일부 하락하기는 했지만 하락 폭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리고 최근 2∼3개월 일부 지역은 거의 회복했다.

기본적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많이 올랐다가 많이 떨어졌는데, 우리나라는 별로 안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이 가격 상승이 확산할지 장담하기는 어렵다.

다만 1999년에 비해 2008년 주택가격 수준은 많이 올랐고 일부 지역은 거품이 끼지 않았느냐는 걱정이 있었기 때문에, 그 수준에서 주택가격이 더 올라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

주택가격이 이미 높은 수준에서 상승 기미를 보였다는 게 정책당국으로서는 상당히 조심스럽게 경계심을 갖고 대응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단지 세계경제든 국내경제든 단기간 회복은 어렵다고 보면 경기적인 측면에서 오는 주택가격의 상승압력은 예전과 상황이 다르다.

--정부의 LTV 규제가 효과적인 대책인가.

▲관계당국이 수도권에서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를 다소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했다. 효과가 있나 없나를 직접적으로 답하기보다는 주택가격이 높은 수준에 와있고 가계부채도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높은 가계부채가 민간 소비증가를 제약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상황이다.

--작년 10월 이후 금리 인하나 유동성 확대 외에 각종 직접적인 자금공급 조치를 했는데 언제쯤 정상화하나.

▲기조 전환은 지금 미리 예정할 수 없다. 통화정책 기조는 당분간 완화기조를 유지하는게 맞다. 올해 하반기 경제활동은 그렇게 빨리 회복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되므로 앞으로 경제상황이 우리 예측과 비슷하게 가느냐, 다르게 가느냐에 따라 통화정책의 방향이 정해질 것이다.

--최근 과잉유동성에 대한 인식은 달라졌나.

▲유동성 문제에 대해 지난 1개월 간 큰 변화는 없었다. 광의유동성 지표는 계속 하락하고 있고 협의유동성 지표는 아직 안 꺾였다. 광의유동성 지표와 협의유동성 지표 사이의 관계, M1/M2 비중은 아직 올라가고 있다. 금융 완화기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이것이 특정 부문의 상품이나 자산에 흘러들어 경제를 교란하는지 관심있게 보면서 필요하면 대책을 강구하겠다. 주택담보대출 증가나 일부지역 아파트가격 상승이나 그에 대한 대응이 유동성 전체의 흐름과 관련이 있다.근본적으로 아직 추세가 바뀐 것은 없다.

--부동산시장 관련, 정책당국과 통화당국이 취할 수 있는 액션은.

▲이 문제에 관심은 많지만 더 드릴 말씀이 없다.요약하면 두 가지다.하나는 이미 부동산가격 높은 수준이고 다른 나라는 떨어졌지만 우리는 별로 안 떨어졌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여신 증가세가 빠르지 않느냐는 것이다.또 하나는 실물 부문 경제회복 강도가 그렇게 강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이런 인식을 갖고 접근하겠다.중앙은행이나 다른 관계당국도 차이가 없을 것이다.설사 논의가 있더라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은.

▲ 산업생산 지표와 수출 실적 등 여러 지표들이 생각보다는 상당히 좋았다. 단지 하반기에도 좋게 이어질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조금 걱정되는 부분이 있다. 2분기 자체는 생각보다 많이 좋았기 때문에 지난 4월 발표했을 때보다는 나아진 수치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감세정책의 효과 논란이 있는데.

▲ 세제 문제는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폭넓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세금을 내리기는 쉬워도 올리기는 쉽지 않다. 대부분의 거시경제정책은 단기적으로 경기부양의 효과가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만큼 되갚아야 하는 문제가 반드시 나타난다. 그래서 감세정책 효과에 대한 평가는 감세정책이 분명히 경제활동의 수준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됐겠지만 현재 상황은 얼마나 시급한지, 미래에 얼마만큼 대가를 지불할 것인지에 대한 정도의 판단에 달렸다. 정책의 채택 시점과 강도에 따라 성공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정책과 달리 조세 관련 정책은 좀 더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재정건전성 확보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 그 동안은 재정수지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이 효과를 발휘했다. 그 때에는 필요했을 것이다. 그러나 재정확장 정책을 그대로 끌고 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재정수지의 중장기 전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적절한 시기에 재정건전성을 회복하는 정책은 필요하다. 다만 어느 시점에 어느 정도로 하느냐는 담당자들이 할 일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이 화급하면 거기에 집중하고, 조금 여유가 생기면 앞날을 배려해야 한다. 작년 10월~11월 생각했던 최악의 상황보다는 나아졌으니까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자는 얘기도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된 것 아닌가.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