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의 최고 투자은행(IB)중 하나가 되려고 수십년을 노력했지만, 사라지는 데는 단 몇 개월이면 충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인수된 메릴린치가 옛 직원들의 잇따른 이탈과 기업 문화 충돌 등으로 인해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작년 가을 BoA의 메릴린치 인수가 결정된 이래 최소한 18명에 달하는 베테랑 투자은행가들이 메릴린치를 떠났다.

이런 이탈은 인적자원이 귀중한 자산인 업체에는 치명적인 타격이지만, 메릴린치의 투자은행 부문 매출은 두 회사를 합친 전체 수익의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기 때문에 BOA에게는 별 영향이 없다.

BoA는 옛 메릴린치 직원들의 이탈을 원치않는다면서 지난 2월 에릭 히튼이 이끄는 재무팀을 빼내간 도이체방크와 송사를 벌이고 있지만, 나간 직원들의 자리를 충원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BoA는 상업은행 부문에 강점을 갖고 고객들을 확보해왔지만, 인수.합병(M&A) 중개부문에서는 항상 순위가 뒤로 밀렸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BoA는 전세계 M&A 중개부문에서 12위 이상을 차지해본 적이 없지만, 반대로 메릴린치는 5위권 밖으로 밀려나 본 적이 없다.

더구나 BoA의 경영진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메릴린치의 주요직 임원들이 고액의 보수를 받아온 것을 BoA가 못마땅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거액의 손실에도 불구하고 보너스 잔치를 벌인 것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진행되면서 이런 갈등이 고조됐고 핵심 인력들이 속속 빠져나갔다는 것이다.

BoA 내부에서는 메릴린치 직원들의 수익에 대한 기여보다 서로 다른 기업문화로 발생할 충격의 부작용이 더 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신문은 BoA가 일부 메릴린치 직원을 고위직에 승진시키는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메릴린치 직원들을 월가 인근의 본사 사옥에서 맨해튼 미드타운의 신축 건물로 이주시키는 등 아직도 양측간 갈등의 흔적이 나타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