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고급 와인 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침체기 사람들이 와인을 더 많이 마신다고는 하지만 어려운 주머니 사정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와인을 주로 찾을 뿐 고급 와인은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미국의 많은 고급 와인 양조장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중저가 와인 외에 병당 25달러를 넘는 와인 판매가 크게 줄고 있다고 보도했다.

고급 와인 시장은 금융위기 전까지 미국 경제의 호황 속에 장기간 붐을 누렸고, 전에는 경기침체기에도 덜 타격을 받았었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와인산업 컨설턴트인 존 프레드릭슨은 미국의 전체 와인 판매량이 1.4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5% 가량 증가했지만 병당 25달러 이상인 와인 판매량은 12% 가량 감소했다고 추정했다.

고급 와인시장의 곤경은 미국의 유명 와인 생산지인 캘리포니아주 나파밸리의 고급 와인 제조업자들이 지난달 개최한 연례 포도주 경매 자선행사인 '옥션 나파밸리'의 모금액이 570만달러에 그쳐 1년 전의 1천40만달러에 비해 크게 준 것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소매업체나 유통업체들이 고급 와인 주문 물량을 줄이면서 고급 와인 양조장들은 가격 인하 압박에 시달리고 있고 큰 타격을 받은 일부 양조장들은 은밀히 매각을 추진하고도 있다.

와인 소매상들도 판매가 부진하자 고급 와인의 판매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그러나 고급 와인의 이런 가격 인하는 나중에 시장이 회복됐을 때 다시 가격을 올리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나파밸리의 와인 유통업체인 소팅테이블의 엘리엇 스턴 최고운영책임자는 "한병에 90달러 하던 와인이 갑자기 인터넷 등에서 50달러로 가격이 내려 팔린다면 나중에 어떻게 다시 90달러를 받을 수 있겠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신문은 고급 와인의 주요 소비처였던 고급 식당들이 경기침체로 사람들이 외식을 줄이면서 타격을 받고 있는 것도 고급 와인시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준 특파원 ju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