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과 소비 위축으로 미국 보석업계가 고사 위기에 처한 가운데 국내에서도 주요 귀금속 상가에 빈 점포가 크게 늘고 노세일로 일관하던 주얼리 브랜드들까지 세일에 나서고 있다. 수요 감소로 연초 20만원(3.75g당)을 돌파했던 금값이 17만원대로 떨어졌고 다이아몬드값도 15%가량 내렸다.

◆미국 보석업계 고사위기


뉴욕타임스(NYT)는 7일 보석류 판매상들이 대규모 할인행사에도 매출이 급감해 수백개 점포가 문을 닫고 지난 6월 현재 다이아몬드 도매가격이 1년 전보다 15.4% 떨어졌지만 수요는 늘지 않아 부채에 허덕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리드먼스,화이트홀,주얼러스 등 많은 보석 판매 업체들이 파산했다. 미국 보석산업연구소의 케네스 개스먼 소장은 "올해 문을 닫는 업체가 작년보다 20%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대신 미국 소비자들은 사치품을 대여해주는 온라인 사이트에 몰려 '에이벨'의 보석 대여 매출이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콧대 높던 보석 브랜드 티파니도 다이아몬드 약혼반지 가격을 10% 내리는 등 위기 타개에 부심하고 있다.

◆귀금속 상가 손님 급감

한국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 종로3가 귀금속 도매상가는 매장의 절반가량이 비었고 건물마다 '임대 문의'가 나붙었다. 이곳에서 10년째 장사를 하는 A사장(46)은 "올 들어 문 닫은 점포가 20개가 넘는다"며 "손님이 지난해보다 절반가량 줄어 하루 5팀 정도가 찾지만 실제 사는 것은 1팀 정도"라고 말했다. 이 지역 A공인중개사는 "한 계좌(6~7평)당 권리금이 2~3년 전까진 2억원이었지만 지금은 권리금 없이도 들어갈 수 있다"며 "월세 보증금도 2억5000만원에서 2억원 미만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반포동 강남귀금속타운에서도 올초 2~3개 점포가 새로 들어왔다가 두 달을 못 견디고 문을 닫았다. B귀금속 C사장(43)은 "작년만 해도 점심 때 손님이 10여명 정도 찾았는데 요즘엔 하루 1~2명이 고작"이라며 "연초 금값이 뛸 때 금을 팔러 오는 사람이 많았지만 금값이 어정쩡해지자 사는 사람도,파는 사람도 없다"고 말했다. 한국귀금속판매업중앙회에 따르면 8일 현재 순금 가격(3.75g · 1돈)은 17만3000원.지난 2월18일 최고치(20만5000원)를 기록한 이후 환율 하락과 수요 감소로 3만원가량 내렸다.

◆예물용 다이아 반지도 안 사

불황 탓에 예비 부부들이 값비싼 다이아몬드를 기피하고 있다. C사장은 "예물을 할 때 신부 목걸이와 귀고리,커플링 등을 200만원 정도에 사는 게 보통인데 요즘은 커플링만 100만원 미만으로 한다"며 "신랑은 다이아몬드 대신 큐빅을 박고 신부만 다이아몬드를 넣거나 둘 다 큐빅을 박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현재 다이아몬드 가격은 5부 상급 기준으로 170만~200만원 선으로 올초보다 15%가량 떨어졌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골든듀,몰리즈,듀오 등 파인 주얼리업체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의 파인 주얼리 매출 신장률(전년 동월비)은 지난 5월 -5.9%,6월 -12.8%를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도 5월 -3.9%,6월 -1.5% 등 두 달째 역신장했다. 노세일 브랜드로 유명한 '골든듀'가 10~12일 처음으로 20% 세일에 들어간다.

그러나 까르띠에,티파니,불가리 등 명품 주얼리 브랜드들은 여전히 호조를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상반기 이들 브랜드의 매출은 63.8% 신장했다. 예물로 여러 세트를 장만하기보다 고가 명품 브랜드 한 가지만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백화점 측 설명이다.

최진석/안상미/강유현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