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정책이 그때그때의 상황논리에 좌우되서는 안된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갑작스런 세제 정책의 전환은 정부의 신뢰도를 떨어뜨릴 수 밖에 없다. "(이만우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최근 세제정책의 방향이 증세로 되돌려질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 대다수 전문가들은 감세 기조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세수감소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될 우려가 있지만 불과 1년도 안돼 세제정책의 근간을 뒤집을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만우 교수는 "법인 · 소득세 인하시기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아직까지 우리 경제는 되살아나지 않고 있다"며 "경제성장을 가속화하기 위해선 감세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내놓은 각종 감세안이 '부자감세'로 비춰지면서 증세 요구가 잇따르고 있는데,감세계획을 갑작스럽게 증세로 선회하는 것은 단기적으로는 인기를 끌 수 있을 지 몰라도 득될 게 없다"며 "오히려 정부 정책의 신뢰도만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기가 있느냐 없느냐를 보고 세제정책을 논의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지난해 정부가 법인세와 종합부동산세 등이 세율을 낮춘 것은 충분한 논의를 거쳐 타당성이 있기 때문에 도입한 것"이라며 "감세 원칙을 바꾸려면 왜 그래야 하는지 먼저 설명해야 하는데 그게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종범 교수도 "우리 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난다는 확실한 시그널이 없는 한 감세조치를 유보하거나 백지화하는 것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법인 · 소득세율 인하만 봐도 이미 시장의 경제주체들이 기정사실로 알고 있는데 이를 늦추는 것은 정부에 대한 신뢰를 깨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자감세와 서민증세라는 이념 논리 때문에 부자증세 얘기가 나오는데 불합리한 세제를 바로잡기로 했으면 그대로 가야 한다"며 "세금은 (정치 등) 상황논리에 좌우되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고영선 한국개발연구원(KDI) 재정 · 사회개발연구부장은 "재정악화가 무엇보다 시급한 이슈이기 때문에 부분적인 증세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물론 증세를 하더라도 이를 감내할 여력이 있는 계층 위주로 증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전문가들은 세수감소로 재정건전성이 악화되는 문제는 감세기조를 바꾸기보다 재정지출 누수를 없애거나 추가세원을 발굴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증세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자는 취지인데,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불필요한 재정지출을 줄이는 게 필요하다"며 "각종 소득공제 등 쓸데없이 많은 비과세,감면 조치도 줄여 세수를 보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만우 교수도 "세수보전을 위해 증세를 해야만 한다면 담베소비세나 주세 등 외부불경제 품목의 세금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