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그룹이 6일 옛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 출신인 이병호 전 한국가스공사 부사장(사진)을 그룹 지주회사격인 ㈜STX의 무역 · 사업부문 사장에 신규 선임했다. STX그룹이 고위 공무원 출신을 영입한 것은 지난 3월 이희범 전 산자부 장관을 STX 에너지부문 회장으로 임명한 데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이 신임 사장은 행정고시 14회로 산자부 산업기술국장,무역정책국장 등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3년 산자부 관리관(1급)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에는 민간으로 자리를 옮겨 조선공업협회(현 한국조선협회) 상근 부회장,STX팬오션 사외이사,한국가스공사 부사장을 차례로 역임했다. 1950년 충북 옥천에서 태어나 건국대 법정대를 졸업하고,미국 유니언대 로스쿨(JD)에서 국제경제법 박사학위를 받았다.

㈜STX는 이번 인사를 앞두고 6개 본부 조직 가운데 사업개발본부를 떼어내 무역 · 사업 부문으로 한 단계 격상시켰다. 이 신임 사장의 활동 무대를 넓혀주기 위한 조치다.

STX그룹이 볼 때 이 신임 사장은 '안성맞춤형' 인재다. STX그룹에 오기 위해 그동안 차근차근 경력을 쌓아온 듯한 인상이 들 정도다. STX그룹의 핵심 사업은 조선 해운 에너지 등 세 가지다.

이 신임 사장은 한국조선공업협회 상근 부회장을 거치며 조선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고 한국가스공사 부사장으로 일하면서 에너지 사업의 생리를 익혔다. STX팬오션 사외이사로 활동한 세월은 해운업뿐만 아니라 STX그룹 전반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다. 여기에 오랜 공직생활을 통해 마련한 인적 네트워크도 촘촘하다. 산자부 공보관을 거쳤기 때문에 언론 감각도 남다르다.

이 신임 사장은 강덕수 STX그룹 회장과 조선협회 부회장 시절부터 각별한 인연을 쌓아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STX팬오션 사외이사로 활동할 당시 강 회장이 영입하려 했지만 가스공사로 자리를 옮기는 바람에 임기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는 후문이다.

그룹 관계자는 "이 신임 사장의 영입을 통해 기존 해외무역 사업을 더욱 다각화하는 한편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적극 추진 중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