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하는 건 정규직 전환뿐인데 3년 6개월 다닌 직장에서 나가라니…"

닷새 전까지만 해도 인천의 모 종합병원에서 시설관리 업무를 맡아 온 김모(28) 씨는 지난 1일부터 서울 국회와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노조가 마련한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김 씨는 "6월 30일자로 계약이 만료됐다는 통보를 받고 정규직 전환에 도움이 될까 싶어 거리로 나섰다"라고 말했다.

병원 측은 1년, 6개월, 3개월 단위로 재계약을 해오다 비정규직법 개정안 처리를 하루 앞둔 6월의 마지막날 김 씨에게 계약 종료를 선언했다.

지난달에는 1개월 단위로 계약하자고 제안해와 김 씨는 커지는 고용 불안 속에서도 정규직으로 전환될 거라는 희망을 갖고 계약에 응했다가 하루아침에 실직자 신세가 됐다.

그는 "해고 전까지는 집회에 참가하고 정부를 비판하는 구호를 외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며 "정부가 비정규직법 문제를 서둘러 해결해 직장으로 돌아가 일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김 씨와 같은 병원에서 근무했던 박모(32) 씨도 6월 30일자로 계약 해지를 통보 받았다.

박 씨는 강원도 강릉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인천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4년 4개월 만에 계약 만료를 앞둔 비정규직 근로자라는 이유로 해고됐다.

박 씨는 "직장에서 별 탈 없이 근무하는 것으로 알고 계신 부모님께 해고 사실을 알리기 어렵다"며 "정규직으로 재고용되는 데 힘을 보태기 위해 당분간 집회에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에서 김 씨, 박 씨와 함께 해고된 비정규직 근로자는 모두 4명이다.

오는 11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는 7명을 포함해 병원에 남은 비정규직 근로자 23명은 언제 닥칠지 모르는 대량해고 사태에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병원의 김연숙 보건의료노조 지회장은 5일 "함께 교대 근무를 하던 직원들이 하루 아침에 해고되자 나머지 직원들은 과중한 업무 부담 속에서 의욕 저하와 고용 불안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며 정부를 상대로 비정규직 관련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인천연합뉴스) 최정인 기자 i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