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이달 말부터 16일간의 창사 이래 가장 긴 집단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공식 여름휴가를 5일에서 9일로 늘린 데다 이 기간중 노조 창립기념일(28일)과 세 번의 주말이 더해진 덕분이다. 현대중공업은 이 기간 동안 경주와 울산에 총 3곳의 휴양소를 마련,직원들에게 무료 제공하기로 했다.

주요 제조업체들이 7월 말,8월 초에 걸쳐 최소 1주일(앞뒤 주말 포함 9일) 이상의 생산직 집단휴가를 실시하기로 일정을 확정지었다. 삼성전자는 이달 30일부터,현대자동차 두산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은 다음달 1일부터 각각 공장을 세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연중 가장 뜨겁다는 7월 말,8월 초에 다 같이 휴가를 갔다가 다 같이 돌아와서 일하는 게 순차적으로 여러번 나눠서 가는 것보다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총 14일간의 휴가를 즐겼던 대우조선해양은 올해는 휴가 기간을 다른 회사들처럼 9일로 줄였다. 대우조선 관계자는 "시범적으로 작년에 2주간의 집중휴가제를 실시했지만 큰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휴가 복귀후 작업의 능률을 올리는데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단 하루도 공장을 세울 수 없는 반도체와 LCD,철강,정유업체는 직원들끼리 돌아가며 휴가를 간다. 휴가 기간도 제각각이다. 연차 범위 내에서 여러 차례 휴가를 쪼개 가는 경우도 흔하다.

더위가 작업 효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업체들은 휴가와 별도로 갖가지 혹서기 극복방안도 마련했다. 뜨거운 햇살 아래에서 일을 해야 하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조선업체들은 냉방시설을 조기 가동하고 도가니탕 한방갈비찜 등 보양식을 내 놓는 등 더위와의 전쟁에 들어갔다. 선박을 만드는 조선소의 경우 한여름에는 철판의 온도가 섭씨 60도를 넘기 일쑤다. 뜨겁게 달궈진 철판에다 용접기의 불꽃까지 겹치면 어지간한 사람은 숨을 쉬기도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올해는 예년보다 무더위가 빨리 찾아왔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현대중공업은 울산조선소에 설치된 650대의 '스폿 쿨러(옥외 에어컨)'를 작년보다 한달 앞당겨 5월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 이와 별도로 7000여대의 선풍기와 630여대의 냉수기도 설치했다. 삼성중공업은 현장작업자들이 이용하는 이동식 화장실에도 300여 대의 에어컨을 설치했다. STX조선해양은 제빙기와 냉온수기를 전년보다 30% 늘렸다. 재킷 안에 특수 냉매가 들어 있어 체감온도를 섭씨 20도 안팎으로 떨어뜨려 주는 '에어쿨링 재킷'도 작업자들에게 지급했다.

섭씨 1500도가 넘는 용광로를 껴안고 있는 포스코도 직원 건강관리에 나섰다. 체력보강에 필요한 영양식은 기본이고 직원들이 무더위로 탈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염분이 들어있는 '식염포도당정'도 지급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