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기미를 보이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확산시켰지만, 고용상황은 악화 일로에 있어 치솟는 실업률이 경기 침체 탈출을 가로막는 복병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고용은 통상 경기의 후행 지표여서 경기침체의 상황이 뒤늦게 반영되지만, 실업률 상승세가 저지되지 않고 장기간 치솟는다면 이는 경기 회복의 첩경인 가계의 소비지출 회복에 치명적인 악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미국의 실업률이 9.5%를 기록해 전달보다 0.1%포인트 상승하면서 1983년 8월 이후 2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고 2일 발표했다.

실업률 자체는 전문가들의 사전 예상치 9.6%보다 약간 낮았지만, 6월 한 달간 사라진 일자리는 예상치 36만개보다 10만개나 많은 46만7천개에 달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미국의 월간 일자리 감소규모는 올 1월 최고치를 기록한 후 5월까지 감소세를 보였지만 6월에 다시 반등했다.

실업률과 일자리 감소규모의 반등은 그동안 주가를 비롯한 대부분 경제지표들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고조시켰던 것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경기 회복 과정이 상당히 더딘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이날 주가도 이런 고용지표 악화에 대한 실망감으로 급락했다.

이날 낮 1시 현재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175.33포인트(2.06%)나 급락한 8,328.73을 기록, 8천300선도 위협받는 수준까지 내려앉았다.

증시에서는 고용상황이 악화되면서 경기가 기대만큼 조속히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고 이로 인해 각종 경기관련주가 일제히 내림세를 면치 못했다.

고용지표 악화를 계기로 증시 일각에서는 지난 3월 이후 유지해온 상승세가 실물 지표로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가 당분간 조정을 받을 것이란 전망마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 등 파산한 대형 업체들이 추진하는 구조조정의 여파가 지표에 반영되면 실업률이 더 치솟을 것으로 우려되고, 얼어붙은 노동시장에 신규 채용이 늘어나려면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과 주택시장이 호전 기미를 보인다 할지라도 실제 산업생산이나 고용, 소득의 증가로 이어지기 쉽지 않은데다, 이런 '회복세'가 다시 소비와 기업매출 증가, 고용회복으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회복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반영하듯 빌 그로스 핌코 CIO(최고투자책임자)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고용감소가 앞으로 몇년 간 미국 경제가 직면할 상황을 대변해주는 것이라면서 일자리 상실의 우려로 소비자들이 지출을 줄이는 가운데 저성장 시나리오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검은 백조'의 저자인 나심 탈레브도 금융시스템이 여전히 붕괴되고 있다면서 미국 정부가 출자전환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여건을 만들어주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티나 로머 미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은 실업률 발표 후 CNBC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이날 발표된 실업률이 상당히 실망스럽다면서도 실업률이 국내총생산(GDP)의 후행 지표이므로 아마 앞으로 일자리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일자리 감소 규모가 70만개에 달했던 연초에 비하면 (고용상황이) 개선돼왔다면서 노동시장이 3.4분기에 바닥에 도달하고 나서 연말께에는 증가세로 반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