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민 · 관 합동회의에서 참석 기업인들에게 투자 애로 사항과 관련,'원스톱 서비스' 방식을 선보였다. 기업 총수 등 참석자들의 투자정책 관련 건의에 대해 배석한 장 · 차관들이 즉석에서 답변을 내놓도록 한 것이다. 기업인들이 투자 애로 사항을 나열식으로 늘어놓고 정부는 "추후에 검토하겠다"는 답을 내놨던 예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기업 경영전략회의를 떠올리게 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이날 회의엔 민간 부문에서 경제5단체장과 대기업 회장 23명,중소기업 및 벤처회사 대표 18명 등이 참석했다.

◆쏟아진 건의 사항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연구개발(R&D) 및 설비 투자 지원에 대한 일몰제 폐지와 기초 원천 기술에 대한 집중 지원을 건의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수도권 택지 개발시 R&D 시설을 우선 배정하거나 용도 변경을 쉽게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해양부는 원칙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합성천연가스 생산시설을 신 · 재생 에너지 설비로 인정해 세제 지원을 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은 "전기자동차용 충전소 설치를 시범 사업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고 허창수 GS그룹 회장은 "그린홈 100만호 사업에서 연료전지를 포함시켜 관련 시장을 창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오염 물질을 재처리해 환경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경우 관광단지 건설이 허가될 수 있도록 범정부적으로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관광산업 육성을 위해 도로 등 인프라를 확충하고 일반 기업이 의료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구자홍 LS그룹 회장은 "폐금속 자원 재활용 산업의 인 · 허가 요건을 완화하고 R&D를 지원해 수입을 대체하고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류진 풍산 회장은 "다목적용 돔구장을 건설할 수 있도록 입지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제안했다. 환경부는 "폐금속 자원 재활용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이석채 KT 회장은 IPTV나 와이브로 인프라 구축 등에 필요한 초기 비용을 개별 기업이 부담하기 곤란하므로 정부가 공동 투자에 나서 줄 것을 요청했다.

◆"기업 잘돼야 한다는 기조 변함 없다"


이 대통령은 최근 화두로 던진 '중도 · 실용''친서민' 등에 대한 일각의 비판을 염두에 둔 듯 "오해가 있지만 기업이 잘돼야 한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다만 어려운 시기에 가장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심려 깊은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투자하는 게 바로 기업의 시대적 사명이고 사회적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이동관 대변인은 "기업이 잘돼야 나라도 잘되고 서민도 잘된다는 취지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녹색성장 등 미래에 대한 투자가 기업의 사회에 대한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지적했다.

◆재계 총수들,"하반기엔 나아질 것"

대기업 총수들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향후 경기 전망과 투자 계획 등을 설명했다. 이수빈 회장은 "상반기에 화학 쪽이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다"며 "하반기는 조금 더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은 "관광 · 레저 분야에 추가로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고 허창수 회장은 "기존 분야에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강덕수 STX 회장은 "STX팬오션이 올 하반기 흑자로 돌아서고 올해 전체로도 흑자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본무 회장은 향후 M&A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하이닉스나 대우건설 인수 등에 대해 LG 쪽에 (시장의) 기대가 있지만 자금도 없고,관심도 없다"며 "주력 사업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홍영식/장창민/박민제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