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경제에 '거품 경고등'이 깜빡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 정부 주도의 경기부양책이 베트남 경제에 새로운 투기 거품을 조성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우려는 특히 전날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베트남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하면서 부각됐다.

피치는 "국가 재정 상태가 점차 악화되고 있으며 정부가 쏟아부은 엄청난 자금으로 인해 은행 시스템이 잠재적인 위험에 취약한 상태"라고 평가했다.

WSJ는 미국과 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도 비슷한 사정이지만 베트남의 경우 경제활동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국영 기업들이 과거 무분별한 투자로 경기 과열을 초래한 적이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기 이후 베트남 국영 은행들이 시중에 쏟아부은 자금은 국내총생산(GDP)의 20%인 190억달러에 달한다. 베트남 정부는 은행 대출을 독려하기 위해 은행에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이 같은 공격적인 유동성 공급 정책은 단기적으로는 효과를 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베트남 경제가 3.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에 비해 월등한 성적이다. 올 상반기 베트남 경제성장률은 3.9%에 달했다. 베트남 증시 또한 3월 초 대비 86% 오르는 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과도한 유동성은 인플레이션을 다시 초래할 것이란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베트남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5%대로 떨어졌으나 지난해 중순만 해도 28%에 달했다. 하노이 인근의 방케 신도시 프로젝트에 관여하고 있는 느구엔 티 후엔 중개인은 "작년 이맘때엔 한 달 계약 건수가 2~3건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10건 이상"이라고 말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