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성원 캘리포니아 주립대 석좌교수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나치다. 지금은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정책을 거둬들이는 '출구전략'을 논할 때가 아니다. "

손성원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사진)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특파원과 가진 간담회에서 "미국은 물론 한국 정부는 경기가 확실히 살아날 때까지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을 유지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에서 고개를 들고 있는 낙관적인 경제 전망은 지나친 측면이 있다"며 "1990년대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을 피하기 위해선 좀 더 과감한 경기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가 미국과 한국 정부에 확대 재정정책을 주문하고 나선 것은 경기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는 단계에서 긴축으로 돌아서면 자칫 세계경제가 다시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반영한 것이다. 대공황기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33년 취임 직후 재정적자를 우려해 세금을 올렸고 일본 역시 1994년 침체가 시작된 지 3~4년 만에 긴축으로 돌아섰던 게 장기 불황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돈이 많이 풀렸어도 아직 금융사의 신용공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들이 민간에 적극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시점에 통화량 회수를 검토해도 늦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적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리를 인상,긴축 기조로 돌아선 것은 실업률이 정점에 도달한 이후 평균 11.8개월 뒤였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미국의 실업률이 내년 초 정점에 이른다면 연준의 금리 인상 시기는 내년 말께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경기 회복 시점에 대해선 "미국은 2014년이 돼야 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회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경기회복 지연 배경으로 손 교수는 미국 가계 소비와 세계무역 위축을 꼽았다.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 확산과 디레버리지(차입 축소) 현상으로 중국 일본 등 수출국들의 수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최근 무역수지 개선에도 불구하고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세계무역 감소로 인해 경제 회복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한국 성장률이 올해 -2.5%에 그치겠지만 내년에는 3% 성장을 달성,세계 평균 성장률 2%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중장기적으로 달러당 1100~1200원대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